산책길, 갑자기 여름이 온 듯한 날씨에 지쳐 벤치에 앉아 쉬어간다.
마침 시원한 바람이 불어 땀도 식히고 짜증도 식히니 그제야 주변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왔다.
새들이 노래하고 큰 나무들은 그늘을 만들어 주고 바람은 시원하니 정말 평화로웠다.
그때, 앉은자리 대각선으로 베이지 그레이빛 길고양이가 잔뜩 경계하며 조심스레 걸어간다.
그곳에는 누군가 버리고 간 햄버거가 있었고 고양이는 눈은 나에게 둔 채 그 음식 쪽으로 살금살금 간다.
“참 예쁘게 생겼구나. 괜찮아~ 맛있게 먹어.”라고 작게 말해보지만 알아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믿지 못하는지 온통 긴장한 모습이다.
그래서 일부러 딴 곳을 보며 신경 안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딴 곳을 보다가 슬며시 눈만 돌려보니 고양이가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러나 멀리서 나는 작은 소리에도 경계하며 제대로 먹지 못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이렇게나 평화로운 공간 속에서도 마냥 불안하기만 한 고양이를 보니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의 인생도 잔뜩 긴장한 길고양이 같을까?’
잠시 생각하는 동안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후다닥 뛰어가는 고양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나의 갈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