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그림은 등산길에 보았던 돌멩이들로 쌓아놓은 돌탑에서 영감을 받아 그렸던 것이다.
어릴 땐 그런 돌탑이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특별한 소원이 없어도 돌멩이를 하나씩 올리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돌탑이 보여도 그냥 지나치게 되었다.
누군가 간절한 마음을 담아 올려놓았을 그 위에 혹시나 가벼운 마음으로 올린 돌멩이가 돌탑을 위태롭게 할까 하는 걱정에서다.
그냥 돌탑이 되어 있는 돌멩이들을 응원만 할 뿐.
‘비바람에도 잘 견뎌주렴’
다시 그림 이야기로 돌아가, 어느 날 50대 정도로 보이던 아저씨 한분이 이 그림을 한참 보시더니 타지에 있는 아들이 밥은 잘 먹고 있을지 걱정하는 노모의 뒷모습 같다고 하셨다.
한참 아련한 표정으로 그림을 보시다 떠난 뒤 나도 그림을 다시 찬찬히 느껴본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그리고 잘 되길 바라며 쌓아 올린 돌탑과 멀리 있는 아들의 평안을 기도하는 노모의 모습이 다르지 않겠다 싶었다.
글은 모호한 것을 분명하게 하는 힘이 있다면 그림은 보이는 것 이면의 것들을 상상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글과 그림 둘 다 놓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