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를 위한 형용사 사전
Chick Corea 칙 코리아
<Return to Forever>
천진-하다 「형용사」 꾸밈이나 거짓이 없이 자연 그대로 깨끗하고 순진하다.
재즈는 장난기 많은 장르다. 여러 악기가 한데 모여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이 어린아이를 닮았다. 또렷한 목적을 갖기보단 그때그때 감흥을 추구하며 소리를 두고 논다.
놀이의 성격은 퓨전 재즈에서 두드러진다. 퓨전 재즈는 재즈(방법론) 발전이 역사상 막다른 길에 다다르던 시절 탄생한 프리 재즈와 궤를 같이 한다. 당시 아티스트들에겐 연주의 혁신도 구조의 진보도 불가능했다. 관심사는 다른 장르와의 이종교배, 즉 혼합을 통한 앞선 세대의 부정과 차별화였다. 록 또는 세계 각국 전통 음악과 만나며 재즈는 단순해졌으며 대중적인 성격을 띠기 시작한다. 고전적인 의미의 스윙도 전통적인 재즈 리듬도 조금씩 빛을 잃어갔다.
1972년작 <Return to Forever>는 피아니스트 칙 코리아가 리드한 퓨전 재즈 앨범이다. 그는 과거 몸담았던 마일스 데이비스 밴드에서 익힌 퓨전 재즈를 본인 스타일로 펼친다. 구슬 부딪히는 소리를 내는 전자 피아노와 청아한 플롯과 소프라노 색소폰, 솟아오르는 퍼커션이 섞인 사운드의 질감은 오래전 비밥이니 쿨재즈 따위와 사뭇 다르다. 반세기 전 공연장을 들썩이던 스윙감도 리듬도 찾아볼 수 없다. 라틴 풍 음악은 주고받는 긴장감 있는 재즈보단 이지 리스닝 팝에 가깝다.
그래서 앨범 <Return to Forever>는 놀이를 닮았다. 3번 트랙 <What Game Shall We Play Today>는 비 갠 뒤 맑은 하늘 아래 웅덩이에 내딛는 물장구처럼 가볍다. 조 패럴의 청량한 플롯과 플로라 푸림이 들려주는 나긋한 이야기는 도입부부터 흐뭇한 해피엔딩을 암시한다. 4번 트랙 <Sometime Ago – La Fiesta>에서 보컬은 박무처럼 옅게 깔린 라틴 멜로디 사이를 뚫고 서광으로 비친다. 칙 코리아의 맑은 피아노 소리는 꼬인데 없이 무구하다.
칙 코리아의 연주는 순박하다. 과장된 두려움도 적개심도 없다. 마침 앨범 재킷에 하얀 새 한 마리가 바다 위로 활강한다. 날갯짓 끝에 뭐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저 좋다고 세차게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