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에게
키티야, 네게 알려줄 비밀이 있다.
고양이별에서 온 아기 머리에선 딸기잼 향기가 난다.
네 풍성하고 가느다란 머리카락에선 고소하고 달큰한 향이 나. 분유나 모유를 먹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은데 누가 뭐래도 아빠는 이걸 딸기잼 향이라고 부른다. 닫힌 잼 통을 열었을 때 코를 덮치기보다는 기분 좋게 슬그머니 다가오는 그런 향이야. 퇴근하고 돌아와 너를 안는 첫 순간에는 늘 습관처럼 코를 네 머리에 갖다 대곤 한다. 갓 목욕하고 나와 샴푸 향에 포근한 딸기잼 향이 가려지면 아쉬울 정도라고.
너의 오늘이 아빠 기억에 오래 남았으면 한다. 머리카락의 딸기잼 향부터, 엄지손가락이 늘 검지 옆에 붙어있어 펴줄 때마다 나는 꼬릿한 냄새, 토실토실한 허벅지 주름의 촉감, 굳은살 없는 발바닥의 보드라움, 겹겹이 접힌 턱살의 말랑말랑함까지. 지금의 너를 사진과 동영상 외에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네 머리에서 다른 향이 나겠지만 그때도 아빠는 네게 딸기잼 향이 나길 바랄지도 몰라. 물론 짓궂은 욕심이란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축하할 일이 있어. 오늘 드디어 네 배꼽이 말끔해졌다. 엄마가 예쁜 지퍼백에 키티 탯줄을 담아 아빠에게 보여줬네. 아이가 태어나면 탯줄은 아빠가 직접 자르는 건 줄 알았는데 아쉽게도 나에겐 그런 기회가 없었다. 누군가가 예쁘게 정리해 준, 배꼽 위로 튀어나온 채 하루하루 말라비틀어져가던 탯줄이 떨어진 걸 두고 한참 바라보았단다. 그리고 나에게만 흐르는 줄 알았던 시간이 네게도 함께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겨우 떠올렸다.
같은 세월을 지내며 엄마 아빠는 그때그때 달라지는 네 모습들을 볼 거야. 언젠가는 키티가 처음 말다운 말을 건네는 날이 있을 거고, 힘겹게 첫걸음마를 떼기도 할 거다. 무심하게 튀어나온 네 첫 이빨을 확인하는 순간도 있겠지? 앞으로 우리 가족은 너로 인해 놀라고 감격하고 또 웃을 거야. 너는 언제까지나 엄마와 아빠의 아름다운 설렘이란다.
2023. 0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