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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키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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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현석 Sep 18. 2023

7. 누구를 닮았나

키티에게


네 사진을 보여주고 주변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아빠를 닮았다' 야. 이 정도로 들었으면 단순한 인사치레는 아닐 거다. 키티야, 아무래도 너는 아빠를 닮았다. 특히 눈매가 말이야. 엄마는 사람의 눈을 둥근눈과 세모눈 두 가지로 구분하더라. 엄마는 전형적인 둥근눈을 가진 사람으로 눈이 시원하게 크고 쌍꺼풀이 있어. 덕분에 엄마는 누가 봐도 좋은 인상을 가졌지. 한편 아빠는 세모눈이란다. 쌍꺼풀이 없는 데다 눈도 크지 않아 좀 건조하게 생긴 편이라고 해야 되나. 무표정으로 있으면 화가 나 보인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그리고 넌 아빠의 세모눈을 닮았다.


야구선수 이대호, 축구선수 이천수, 이운재의 공통점을 아니? 첫째 딸이 아빠를 꼭 닮았더라. 오랫동안 첫째 딸은 아빠를 닮는다는 말에 반신반의하는 편이었는데 키티가 세상에 나오고 네 눈을 바라볼 때면 그 말이 과학이고 사실이라고 믿게 된다. 오래전 아빠 유치원 졸업 사진에 새침하게 눈을 흘기는 표정이 있는데 가끔 네가 그 얼굴이 되곤 해. 네게서 내가 보일 때 얼마나 재밌는지 모를 거다.


그래도 걱정 마렴. 자라면서 얼굴이 아빠를 닮았다 엄마를 닮았다 왔다 간다 한다더라. 아직 토실토실하게 오른 네 아기 얼굴을 보며 엄마 아빠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같이 궁금해한다. 사실 지금 키티 얼굴을 보고선 판단을 잘 못하겠어. 엄마는 자꾸 네 콧대가 높다는데 난 잘 모르겠다. 그리고 작은 입술이 아빠를 닮았다는데 그것도 모르겠어. 가능하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 눈과 아빠의 입술을 각각 닮으면 좋겠다. 엄마가 뱃속에 있을 때 키티를 열심히 빚었다는데 그건 두고 볼일이겠지?


아이가 자라면 하는 행동까지 엄마 아빠를 닮는다는 말을 들었다. 그거야말로 생생한 충격과 반성의 순간이 되겠지. 너의 할아버지, 그러니까 나의 아버지는 크게 화가 나 아빠를 꾸짖을 때면, 널 닮은 자식을 낳아봐라 라는 말씀을 하셨었어. 우리 부녀 사이에 사전 합의가 없었던 만큼 너에겐 미리 양해를 구하마. 그리고 네가 세상에 나왔다. 난 언젠가 너를 보며 속앓이를 하다 닮은 얼굴을 떠올리고 이내 내 아버지의 말까지 떠올리겠지. 그리스 로마 신화도 아닌데 웬 신탁이 내려졌나 싶기도 하다.


2023. 0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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