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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키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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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현석 Sep 24. 2023

8. 홈 스위트 홈

키티에게


오늘 퇴근하고 돌아왔더니 사랑스러운 키티가 집에 있네. 엄마 아빠 집에 온 걸 환영한다.


아빠는 네가 오기 전 며칠 전부터 인테리어를 조금씩 바꿨어. 가장 큰 변화라면 역시나 거실이지. 그간 우리 집 거실엔 멋진 의자 두 개가 있었는데 이들을 서재로 옮겼다. 색상을 맞춘 협탁과 아빠가 아끼는 조명까지 모두 안으로 들여보냈어. 불과 2년 전 신혼집을 꾸미면서 엄마 아빠가 느끼던 설렘이 무척 컸는데 이번에 키티가 찾아오는 바람에 더 큰 설렘과 기다림으로 덮인 기분이야.


비워낸 거실에는 키티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큰 매트를 깔았어. 우리 세 식구 다 같이 누울 수도 있을 만큼 크단다. 앞으로 당분간 바닥에서 생활하는 거야. 여기 주저앉아서 티브이도 보고 누워서 노래도 듣고 조금 지나선 걷기 놀이를 해도 재밌겠지? 훗날 네가 의자에 익숙해질 때 즈음 엄마 아빠가 아끼는 의자들을 밖으로 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물론 네 동생이 있다면 그조차 쉽진 않겠지만 말이다.


아직 때도 묻지 않은 말끔한 매트 위에서 엄마와 낑낑대며 그간 산후조리사 선생님에게 배운 내용을 떠올리며 너를 보고 있자니 진짜 육아가 시작된 기분이 들어. 특히 아빠 입장에선 그간 할머니 댁에서의 시간은 티저 영상에 불과했고 이제 본편이다.


너 하나로 모든 게, 아주 또렷하게 달라지고 있단다. 환경이 바뀐다면 엄마 아빠라고 별 수 있겠니? 우리도 적응할 뿐이야. 앞으로 엄마 아빠는 먹고 자고 씻고 화장실 가는 등 모든 생활을 네게 맞출 것을 약속할게. 세탁과 설거지와 쓰레기가 두 배로 세 배로 늘더라도 조금도 불평하지 않으마. 대신 우리 모두에게 이런 환경은 처음이니까, 간혹 가다 아빠 표정 관리가 안 되는 것만 이해해 주라.


키티야, 아까 큰 소리로 울 때 배가 고팠던 게 맞니? 엄마 아빠가 네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나 모르겠다. 네 칭얼거림이 단순히 새 환경에 적응해서인지 분명히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인지 알 길이 없네. 너도 눈치챘겠지만 엄마 아빠는 아직 네 메시지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여기엔 미안한 마음뿐이야. 하지만 하루빨리 네 표현을 곧잘 알아들을 것을 약속한다. 네가 울 때면 졸려서인지 더워서인지 배고파서인지, 우리가 조만간 맞는 대답을 해줄게.  


너는 걱정하지 말고 일단 저질러도 돼. 감당은 엄마와 아빠의 몫이니까 걱정하지 마렴. 잘은 모르겠다만 엄마 아빠란 어디까지나 그런 존재겠지.


2023. 0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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