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에게
금요일이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엄마와 저녁도 먹고 키티랑 장난치며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어. 그렇게 자정이 가까워져서였을까 네가 울기 시작하더라. 어린 아기라면 뭐 그럴 수 있지. 엄마 아빠는 최선을 다해 키티를 어르고 달랬단다. 우리가 가진 육아 지식과 지혜를 총 동원해 부지런히 네 맘을 헤아리고 있었어. 그런데 네 울음이 그치지 않더라.
세상에나 이렇게 작은 아기가 밤새 칭얼거릴 수 있다니. 그보다도 애 키우는 부모들은 이걸 다 알고 있었단 말이야?
말 그대로 밤새 잠도 안 자고 울었다. 아빠가 잠이 쏟아져 나가떨어졌을 때도 널 지키던 엄마는 푸르스름하게 동트는 새벽하늘을 봤을 거다. 내일이 토요일이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빠는 출근길에 쓰러졌을지 몰라. 오늘 잠을 못 잔 것도 아닌데 끼니를 거른 것도 아닌데 기저귀도 분명 깨끗한데 키티는 계속 울더라. 목청은 또 얼마나 좋은지 밤새 아랫집 옆집 사람들이 깨서 쳐들어오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너를 어깨에 둘러업을 때면 아빠는 귀가 아파서 귀마개를 해야 했을 정도였으니까.
엄마 아빠로서는 앞뒤 맥락이 없는 이유 모를 고난의 밤이었다. 도대체 키티가 왜 우는지 알 길이 없었어. 급히 이것저것 검색하다 영아 산통이라는 증상을 찾긴 찾았단다. 배에 가스가 차거나 소화가 안 돼 속이 불편할 수 있다는데, 슬프게도 영아 산통은 그 원인만큼은 알 수 없다고들 하더라. 네가 말이 통해야 말이지, 정확히 어디가 왜 아픈지 짚어낼 재간이 없었다. 장담컨대 소아과 의사 선생님도 영아 산통에 몸부림치는 어린 아기를 당장 뚝 그치게 할 순 없을 거다.
그리고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어. 쑥스럽지만 아빠가 사과하려고 하는 거야. 키티가 울기 시작하고 한참 지나 아빠는 마음을 몰라주는 키티에게 짜증을 냈단다.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일단 들어주길 바란다. 물론 키티에게 성질부리자마자 곧장 옆에 있던 엄마한테 혼나긴 했지만, 어쨌거나 그 순간만큼 아빠는 키티가 얄미웠다. 사실 네가 영악하다고 잠깐 생각했다. 밤이 깊어 아빠가 심신 미약 상태였다고 하면 믿어줄래? 엄마한테 쫓겨나듯 혼자 안방에 들어가 누우니 기분이 씁쓸하더라. 네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력감이 아니고, 이토록 작고 어린 너에게 화를 냈다는 부끄러움이었어.
다음 날 아침 일어나 천사같이 새근새근 자고 있는 널 보니 헛웃음이 나더라. 괜히 멋쩍어 너에게 달라붙어 소리 내 애교를 부리는데 엄마가 다시 저리 가라고 하네. 키티가 초보 아빠의 사과를 받아주기 바란다. 미리 말해두는데 당분간 네 표현을 제때 못 알아들을 수 있다. 너도 아빠가 피곤할 거고 아빠도 가끔 네가 얄미울 거야. 그래도 그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니까, 같이 잘 지내보자. 이건 부탁하는 거야.
2023. 0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