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에게
9월 3일이다. 네가 태어난 8월 4일로부터 꼬박 한 달 된 날이야. 한 달은 짧다면 분명 짧은 시간인데 아빠에게는 긴 시간이었어. 하루하루 내가 신경 쓸 일이 두 배 세 배로 늘어나다 보니 하루가 가득 채워진 느낌이랄까. 여전히 너는 요만하고 앙증맞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자라기도 꽤 자랐다.
오늘 엄마 아빠는 키티의 한 달을 인화했어. 키티가 태어나고 선물 받은 휴대용 포토 프린터가 있어 핸드폰에서 사진을 골라 출력했지. 사진을 워낙 여러 장씩 찍다 보니 고르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아빠는 키티가 감자떡같이 나온 사진들을 뽑고 싶은데 엄마는 그런 사진을 모아 놓으면 나중에 네가 싫어할 수 있대. 그래도 어쩌겠니 내 눈에는 네 눈 코 입과 찌그러진 표정이 귀여워 미치겠거든.
모든 사진이 마음에 들지만 단 한 장 고르라면 D+30일이 적힌 달력을 옆에 두고 곤히 누워 자는 널 찍은 사진이다. 토실토실한 볼에 작은 입술이 뾱 튀어나온 네가 분홍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있는 사진 말이야. 알록달록한 핑크 톤이 키티랑 찰떡같이 잘 어울리더라. 참, 이 옷을 옆집 이모랑 삼촌께서 선물해 주신 거라고 얘기 한 적 있나?
옆집에는 엄마 아빠와 비슷한 또래의 이모와 삼촌이 계셔. (우리 추측에는 우리보다 나이가 조금 더 있을 것 같긴 해.) 키티가 세상에 나오기 얼마 전 두 분이 꼬까옷을 우리 집 현관 문고리에 걸어 선물해 주셨단다. 오고 가며 짧게 인사한 게 전부였는데 만삭의 임산부라고 아이 옷과 응원의 편지까지 챙겨주신 거야. 정말 너무 사랑스럽지 않니. 오늘 키티 사진을 두 장 인화해 한 장은 옆집 이모 삼촌께 케이크와 함께 갖다 드렸단다. 키티가 자고 있을 때 아빠가 몰래 키티를 안고 나가 잠깐 인사도 드렸어. 나중에 깬 채로 만나 뵈면 꼭 감사하다고 너도 직접 인사를 드리렴.
인화된 사진을 보며 엄마와 깔깔 웃었다. 엄마도 이젠 감자떡 같은 키티 사진을 맘에 들어하네. 또 오랜만에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키티로 바꾸고,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한 달의 사진을 보내드렸단다. 키티가 이만큼 자랐다는 사실에 다들 놀라시더라.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네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나 한참 뚫어져라 본단다. 너와 함께한 첫 한 달이 이렇게 지나는구나.
사진은 예쁜 사진첩을 구해 한 장 한 장 예쁘게 끼워두도록 하마. 아빠의 아빠도 늘 사진을 인화해 사진첩에 보관하곤 하셨는데 오래전 그 번거로움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앞으로 사진 출력은 한 달마다 일종의 의식처럼 해야겠어. 재밌겠지? 그래, 10월에 또 보자고.
2023. 09.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