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에게
엄마는 아마 한 100번도 넘게 들었을 얘기지만, 아무래도 건강이 최고야.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지 그다음이 있다고 믿는다. 별 얘긴 아니고, 그저 아프지 말라는 말이다.
누가 아파서 생각난 건 아니야. 오늘 네가 병원을 간다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여기까지 왔네. 오늘은 키티 B형 간염 2차 예방접종 날이다. 아침부터 장모님 오시기를 기다리는 엄마를 두고 혼자 먼저 출근해서 하루종일 마음이 무겁다. 엄마랑 접종일을 내내 잘못 알고 있다가 사흘 전 오늘이란 걸 알았지 뭐니.
아빠 회사에 큰 프로젝트가 있어 빠질 수가 없었어. 무엇보다 하필 오늘이 시작일이어서 여의치가 않네. 어쨌거나 같이 병원에 가지 못해 다시 한번 미안하다. 키티 접종이나 검진은 꼭 챙기고 싶었는데 아빠도 속상할 뿐이야.
고작 하루, 몇 시간밖에 안 되는 예방접종이라지만 왜 이렇게 호들갑 떠냐고? 혹시나 네게 어디 문제가 있으면 어쩌나 걱정되는 걸 어쩔 수가 없다. 전에도 말했잖아, 아빠는 걱정을 사서 하는 타입이라고. 누가 들으면 주변에 지병이 있거나 최근 건강이 안 좋아진 분이 있나 싶겠지만 그런 건 아니야. 그저 건강에 있어서라면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해. 그리고 네 건강은 오롯이 엄마와 아빠의 책임이라고 믿는다.
오늘도 키티가 건강하고 튼튼해서 다행이야. 여기서만큼은 건강 체질인 네 엄마를 그대로 닮으면 좋겠다. 아직 이런 아빠가 잘 이해되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는 그냥 받아들여주라. 차라리 네가 너무 건강한 나머지 이런 걱정하는 아빠를 평생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면, 그것도 좋겠다.
2023. 09.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