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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izKorea Dec 18. 2020

[책 리뷰] 아몬드

모든 인생에 꼭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할 수 있는 그런 희망과 기적

외로워지는 법을 가르치지 않으면 아이들은 외로워만 질 것이다

쉐리 터클 (커뮤니케이션 교수)

'아몬드'의 첫 느낌은 현대사회에 잊힌 사람 간의 따듯한 온정에 대해 다루려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차가운 전자 기계를 통한 소통이 주된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되면서 우리가 잃은 따듯한 온정에 대한 소통 커뮤니케이션을 이 책은 하나하나 계단을 밟듯 눈높이를 맞춰가며 설명해 준다. 처음엔 “나와는 다른 일”로 시작한 책은 “나와 닮아 있다”라는 생각으로 넘어가는 순간 이 책의 모든 의미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렇게 책은 여운을 남겼다.

나에겐 아몬드가 있다.
당신에게도 있다.
당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거나
가장 저주하는 누군가도 그것을 가졌다.
아무도 그것을 느낄 수는 없다
그저 그것이 있음을 알고 있을 뿐이다.

나는 책이 우리에게 나누는 '아몬드'에 대한 나의 생각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네가 조금만 진지하게 말했더라면 늦지 않았을 거다’

사회의 어른이 된다는 건 스스로가 내린 선택에 책임을 질 줄 아는 것이라 정의한다. 하지만, 내가 사회에서 만난 어른들 적어도 특히 한국 사회에서 만난 어른들의 모습은 남 탓하는 어른들이 많았다. 물론 잘 되면 내 탓이지만, 못되면 남 탓이다. 순간의 감정에 ‘욱’하는 모습으로 ‘밖’에 표출되는 순간 ‘어른’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는 것이다. 그건 아마 “성숙”이라는 과정 속에서 충분히 사회로부터 가정으로부터 주변으로부터 ‘챙김’과 ‘보살핌’의 부재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랑의 결핍은 ‘미성숙’이라는 사회의 아몬드를 그렇게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할멈, 사람들이 왜 나보고 이상 하대?’
‘네가 특별해서 그러나 보다’
‘사람들은 원래 남과 다른 걸 배기질 못하거든. 에이그, 우리 예쁜 괴물’

예전에 영어 단어 “present”의 의미를 가지고 현재와 그리고 지금은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이라 모든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라는 말이 온라인상에 퍼진 적이 있었다. 우리 스스로 특별한 존재라 생각을 하지만, 그것을 늘 의심하는 우리에게 힘이 되어 준 말이다. 특별하다는 건, 사실 굉장히 귀찮은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평범한 게 가장 어려운 것이라는 말도 만들어 내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한 것이 특별한 세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의 평범했던 일상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지금의 코로나 세상처럼.

‘내 애는 내가 잘 알아요’

난 사랑이라 읽고 싶다. 사랑하기 때문에, 안다 자부하고 싶은 마음. 모르는 부분이 없어야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 사랑하기 때문에. 그 온전한 사람을 표현을 스스로 느끼는 방법은 ‘자부’하는 것이다. 내 애는 내가 잘 안다고. 하지만, 본인도 스스로를 모르는데, 안다 말할 수 있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사랑이라 가능이니 불가능이니 하는 논쟁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 사랑하니깐.

‘엄마는 모든 게 다 나를 위해서라고 했고 다른 말로는 그걸 ‘사랑’이라 불렀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때로는 논리의 방어막이 되어준다. 사랑을 하기 때문에, 배려와 희생을 바라기도 한다. 어쩌면 우린 ‘가족’이라는 말로 묶여 있는 ‘타인’ 일뿐인데 말이다. 최근, 사랑해서 아이를 살해했다는 뉴스가 사회를 뒤집어 놓았다. ‘사랑’의 방식과 방향은 상대가 원하는 방법과 시간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우리는 ‘인간’으로써 존엄한 존재로써 사회에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한 생명체가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근간이기도 하다.

‘엄마가 아비 없는 자식이라는 말을 듣지 않게 하려고 젊음을 다 써 버렸다. 오로지 자식을 위해 산 삶이나 다름없었다’

난 이게 당연한 건 줄 알았다. ‘가족’을 위한 ‘자식’을 위한 부모의 희생. 캐나다에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난 캐나다 사회 속에 깔린 개인의 권리의식을 보았다. 처음엔 참 정 없는 차가운 사회의 느낌을 받았고, 사회에 익숙해지면서는 ‘합리적’인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도 타인의 희생을 강요할 수도 강요받아서도 안된다는 이야기는 내게 이상적이게 들렸다. 그래서 그때부터 난 부모님에게 죄송하단 맘이 자리 잡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니다. 난 군대에서 이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식당 앞에서 밥을 먹으려고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만 1시간이 걸리는 효율과 비효율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군대의 시스템은 먼 산을 보면서 생각할 시간을 많이 주었다. 그때, 욕심과 야망으로 가득 찬 20살의 내가 보였고, 부모님의 20살은 어땠을지를 처음으로 고민하게 된 순간이었다. 나의 부모님은 20대 초반에 누나와 나를 낳고 자식을 위해 인생을 보냈다. 그게 20살의 눈에도 불합리하다 느껴졌었다. 그래서 휴가를 나오면 엄마에게 지나간 젊음을 내가 어떻게 찾아 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사연을 신청해 가보기도 하고, 대학로에 공연도 보러 가고, 그렇게 젊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엄마가 잃은 시간이라 생각하고 보답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내가 하나 알게 된 건, 그렇게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면서 내 삶 속에서 함께 부모를 기억할 수 있는 장소와 시간들이 늘어났고, 그것들은 내게 의미가 되어 자리 잡았다. 내가 부모님의 결정을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난 내가 부모님을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 참 좋다. 그리고 30대도 그런 가치를 바탕으로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인생이 할퀴고 간 자국들은 엄마는 차마 글로 쓸 수가 없다고 했다. 자신의 삶을 팔아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다고, 그건 작가의 깜냥이 아닌 거라고 했다.’

인생은 한 권의 책 같은 거리고 했다. 다 개개인이 자신만의 책을 써 내려가는 거라고. 자신이 주인공인 한 권의 책을. 그렇게 보면 모든 사람이 작가다. 다만, 그걸 상업적인 어떤 것으로 파냐 안 파냐에 따라 ‘작가’라는 타이틀이 결정된다. 다만 여기서, 그 책이 예술이 될지, 상업적인 어떤 것이 될지는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다.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책이 될지, 타인으로부터 빛을 내야만 빛나는 책이 될지에 따라서 말이다.

‘마치 이 세상엔 정해진 답은 없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남들이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한다고 해서 꼭 정해진 대응을 할 필요도 없는 게 아닐까. 모두 다르니깐.’

유별난 건 세상이 정해진 답대로 따르는 것인데, 원래 세상은 답을 주지 않았다. 그저 우리 상상 속에서 정해진 답이라고 생각할 뿐. 그 생각 또한 내 스스로가 만들어 낸 또 다른 사회의 답이라고 생각되는 지극히 개인적인 답일 뿐이다. 왜냐 모두 다르니깐.

날개 없이 몸에 바늘이 꽂힌 채 빙빙 도는 나비는 더 이상 나비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았다.

인간다움을 고민한다. 적어도 인간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어울리는 단어가 될 수 있도록. 삶도 그렇다. 제대로 먹지도 살지도 못하는 삶은 삶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거다. 적어도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도록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연습이 허용하는 기적이자 한계란다.

고로 태어난 기질을 이해하는 건 중요하다. 연습은 늘 한계점을 가지기 때문이다. 타고남을 바탕으로 한 노력은 어쩌면 더 쉽고 빠른 방법임을 잊지 말자.

구할 수 없는 인간이란 없다.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한 줄기 바람이 가게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옅은 여름 향이 묻어 있는 바람이었다.
너무 멀리 있는 불행은 내 불행이 아니라고, 엄마는 그렇게 말했었다.

눈앞에 마치 영상이 보이듯 표현해 놓은 작가의 글에 푹 빠져 한숨에 책을 끝냈다. 그리고 그것들은 자연스럽게 내가 가진 아몬드를 물었다. 난 어떤 사람일까. 잘 성장한 것일까? 책은 ‘성장’은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저절로 겪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몸만 자란 나에게 의문점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건 스스로 어른이 돼서야 신체적 성장은 진정한 의미의 ‘성장’ 축에도 안 낀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거나. 내가 숨 쉬는 공기처럼 너무 당연하게 적용되는 것이라 그 자체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인 줄도 모르겠다.

또한 이 책이 던지는 단어는 ‘평범’이다. ‘평범’이라는 기준을 적용하며 우리는 얼마나 스스로를 사회의 틀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매일 고생하고 살아가는가. ‘평범’은 또한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내게 책 속 주인공은 너무나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나 역시도 주인공을 책 밖 세상에서 보았더라면 평범하지 않은 사람으로 느꼈을 것 같다. 어쩌면 “너도 가까이서 보니 참 이쁘다”라는 말처럼 평범은 잘 알지 못해서 생기는 그런 말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책은 희망과 기적을 말한다. 선택받은 누군가에게 우연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닌, 어쩌면 모든 인생에 꼭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할 수 있는 그런 희망과 기적.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글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했다. 글과 단어가 이렇게 입체적이고 다채로울 수 있는 것인지 감탄하며 책을 끝냈다. 연말에 읽으면 마음속 선물이 될 수 있는 그런 책 한 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