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해 Apr 02. 2024

아들이 내게 가르쳐준 삶을 살아가는 법

육아를 하면서 매일 내 바닥을 마주하게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살면서 이토록 좌절한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좌절의 연속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회사를 다니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느끼는 좌절과는 또 다른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30년이 넘는 인생을 살면서 실제 내 모습을 나한테까지 숨기고 포장하지 않았을까?"



같은 질문에도

늘 처음처럼


육아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누워서 와이프와 오늘의 육아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와이프가 나에게 말했다.


"자기 혹시 아이한테 '아빠가 어제도 말했지, 이렇게 하지 말라고'라고 말한 거 기억나?"

"아니... 기억이 안 나"

"똑같은 장난감도 100번 새롭게 가지고 노는 아이에게 어제도 말했다고, 이렇게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아이에게 브레이크를 거는 것 같아"

"그래. 진짜 그럴 수 있겠어."



생각해 보면 사실 나도 처음 학교에 갈 때, 처음 군대에 갈 때, 처음 결혼을 할 때 모든 순간이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시간이었다. 그때마다 나의 모든 행동에 브레이크를 거는 사람이 있었으면 방어기제로 그 사람을 피했을 거다.


“그래. 나도 우리 아이에게 브레이크를 거는 사람이 되지 말자.”


육아를 하면서 느끼는 것들은 비단 아이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다. 회사에서 후배를 대할 때나, 부모님을 대할 때도 똑같다. 내가 익숙해진 공간에 같이 있는 누군가는 이 공간이 새로울 수 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그 공간이 매일 새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리고 똑같은 질문에도 매번 처음 설명해 준다고 생각하고 말하는 순간, 나를 지배했던 화는 더 이상 나를 지배하지 않을 것이다.




감정이 태도가

되지 말자.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신기한 것 중에 하나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아이가 이해하는 능력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22개월 된 남자아이인 우리 아들은 아직 '아빠, 엄마, 우유, 하마' 정도의 언어 구사를 하지만, 그 이외의 말들은 80% 이상 이해한다.


사실 아이가 떼를 쓰거나 화를 낼 때에도 아이가 차분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안 되는 행동을 차분하게 설명을 하면 80% 이상은 아이가 이해를 하고 해당 행동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하루는 아이가 마우스 전선을 입에 물고 있어, 아이가 손에 가지고 있던 마우스를 확 낚아챘는데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면서 대성통곡을 했다. 내 행동에 감정이 들어가는 순간, 아이도 이성을 잃어버리고 감정적으로 나를 대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대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무리 내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도,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를. 충분히 설명해 주면 다 알아들을 아들인데 말이다.


사실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도 감정적으로 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감정적으로 대하고 싶지만, 위계질서에 의해, 분위기에 의해 다들 참고 살뿐이다.


나부터 감정적인 사람이 되지 말자.



나의 어릴 적 모습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그 모습을 함께했던 부모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내가 살아온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의 기억 속에 비워져 있던 공간이 아들을 키우면서 1년, 1년 채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아들의 모습 속에서 과거의 나를, 나의 모습 속에서 과거의 부모님이 보이곤 한다.


내 과거가 아무리 슬펐다고 하더라도, 지금이 그 슬픈 과거를 다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지 않을까. 그래서일까, 육아를 하다 보면, 아들과 함께 시간을 지내다 보면 오후 4시~6시 집에 빛이 들어오는 이 순간이 감사하고 울컥하게 되는 요즘이다.



"아들아. 많은 사람들은 내가 너를 키운다고 착각을 하는 것 같아.

사실 네가 나를 키우고 있는데 말이야.

육체적으로 힘이 너무 부칠 때에도 아빠는 너로 인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어 마음은 과거보다 더 풍성하거든.

아빠에게 안아달라고, 안아달라고 말하는 지금 이 순간을 그리워할 날이 오겠지. 후회가 남지 않도록 더 사랑하고 더 많이 안아줄게. 사랑한다 우리 아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 어린이집 등원후,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당기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