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해 Jul 05. 2024

아빠! 요트(요구르트) 사주세요!

다음 주면 여름 장마가 제대로 오려고 하는지, 날씨가 습하고 덥다. 언제부터인가 한국도 동남아시아 날씨와 참 많이 비슷해진다. 올해 6월이 이렇게 더웠던 것을 보면 아직 한참 남은 올해 여름도 참 많이 더울 것만 같다.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이렇게 더운데도, 아들은 여전히 밖에서 노는 게 좋은가 보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땀으로 온몸이 범벅이 되어도 놀이터에서 노는 아들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 차 있다. 내가 '이제 집에 가자'라고 말만 하지 않는다면.



어린이집 하원하는 시간에는 어린이집 앞에 있는 공원에 요구르트 전동차가 자리를 잡고 있다. 아들을 키우기 전에는 '요구르트는 편의점에도 다 파는데, 굳이 저 전동차에서 요구르트를 사 먹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하원하고 매일매일 그 전동차 앞에서 '요구르트 주세요'를 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하원하고 멍하니 목적지를 고르지 못하고 있는 아들에게, "요트(요구르트) 먹을까?"라고 말하면 갑자기 우샤인 볼트가 되어 공원으로 뛰어간다.



하루는 하원을 하고 막 나와 공원으로 가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요구르트 전동차가 이제 판매를 마치고 정리 후 자리를 뜨셨다.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 요트 먹을 거지?"

"응"

"뛸 준비 됐어?"

"네"


그렇게 나는 아들을 둘러메고 아들은 "멈춰"를 연발했다. 뛰는 우리도 재밌고, 그렇게 뛰어가는 우리 모습을 본 주변사람들도 웃음이 터져 버렸다. 그렇게 한참을 뛰고 나서 우리는 어느 카페 앞에서 요구르트 전동차를 세울 수 있었다. 아들도 그때의 기억이 참 재미있었나 보다. 요즘도 산책을 하다 그 카페를 지나갈 때면, "아빠, 멈춰, 했어"라고 말한다. 요구르트 하나로 아들과 나 사이에 한 가지 이야깃거리가 생긴 것만 같아 좋았다.



그렇게 우리는 요구르트 5개를 사서 벤치에 앉았다. 그렇게 아들과 나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한 채, 요구르트를 먹는다. 벤치에 앉아 요구르트를 먹으면 옆 벤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음성도 들을 수 있고, 귀여운 강아지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아빠, 멍멍!"

"응 맞아. 멍멍. 너무 귀엽지?"


요구르트를 다 먹고 난 후, 집 근처 놀이터를 가기 위해 짐을 싸고 길을 나섰다. 걷다 보니 아까 앉아서 보던 강아지가 옆을 지나간다.


"아들! 강아지 귀엽지?"

"멍멍! 귀. 여. 워"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아지 주인분이 가방에서 봉지를 꺼내 들고서는 우리 쪽으로 다가오셨다.


"강아지 똥 싸면 치우려고 봉지 들고 다니는데, 다 먹은 요구르트 통 저한테 주세요. 아이들이랑 같이 다니다 보면 손이 부족해요. 내가 버려 줄게요!"

"아니, 괜찮습니다~"

"주세요~"


아들 가방, 내 가방 등 짐을 이고 지고 가는 내 모습을 보고 그렇게 말해주시는 어른을 보면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사람이 가장 무서운 세상이 되어가는 요즘, 모르는 사람임에도 경계가 아닌 상대방의 필요를 먼저 봐주시는 어른을 보면서 내가 먼저, 그리고 그 마음을 아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었다.


"아들. 참 감사하다 그렇지?"

"응"


이전 01화 아빠! 집에 안 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