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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맞을까

마지막 회

by 돈태

나와 석영이 형 그리고 만희와 균봉은 무사히 지하철 막차를 탔다. 사람이 별로 없는 지하철에 우리 네 명은 나란히 앉았다. 마을버스에서 졸았던 균봉은 정신을 조금 차린 듯 보였다. 오히려 석영이 형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지하철의 반동에 따라 고개가 좌우로 흔들리던 석영이 형은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 입을 벌린 채 잠이 들었다. 균봉은 허리를 굽히고 바닥을 바라보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만희가 균봉의 등에 손을 올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야. 나 안 되겠다. 내리자.”


균봉이 허리를 펴며 말했다. 말을 하곤 바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만희가 다급히 “나올 거 같아?”라고 묻자, 균봉은 간신히 고개만 끄덕였다. 지하철이 서자 균봉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잰걸음을 쳤고, 만희가 균봉의 가방을 들고 뒤따랐다. 문이 열리고 균봉은 바로 뛰쳐나갔다. 만희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손을 한 번 들고는 곧바로 균봉을 쫓았다. 문이 닫히고 지하철이 출발했다. 지하철 창 너머로 만희와 균봉이 보였다. 계단 옆 쓰레기통에 균봉이 얼굴을 처박고 있었고, 그 뒤에서 만희가 한 손으로 균봉의 등을 두드리며 다른 손으로 자기의 이마를 짚고 있었다. 멀어지는 만희와 균봉을 바라보는데 머리가 지끈거렸다.


“형. 형. 이번에 내려야 해.”


신도림역에 도착하기 전에 석영이 형을 불렀지만 반응이 없었다. 형은 여전히 입을 벌린 채 잠에 빠졌다. 나는 형의 어깨를 흔들었다. 그제야 석영이 형이 눈을 뜨며 입가에 묻은 침을 손으로 대충 닦았다. 눈은 풀려 있었다. 다시 눈을 감으려는 석영이 형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나는 일어나서 형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줬다. 형은 서서히 무릎을 피며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쪽으로 기운 석영이 형의 무게를 버티며 지하철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형 내리자.”

“으.. 응.”


석영이 형을 부축해 신도림역을 나왔다. 석영이 형의 팔을 내 어깨에 걸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형은 다리를 끌다시피 걷고 있었다. 고개는 푹 숙이고 입에서 떨어지는 침이 땅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형의 무게가 점점 더 늘어나는 듯했다. 내 등에서는 땀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가쁜 숨을 내쉬며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다행히 광명시행 막차가 곧 도착한다. 석영이 형의 집을 가본 적은 없지만 광명 사거리 근처에 살고 있다는 것은 알았다. 학교에서 집에 갈 때면 마지막까지 나와 동행하는 사람은 석영이 형이었다. 우리 집과는 버스로 두 정거장 정도 거리다. 오늘은 집 정류장을 지나쳐 광명 사거리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 할 처지다. 광명 사거리까지 가는 것이야 괜찮지만 이후가 문제다. 지금 상태로 봐서는 석영이 형이 자기 집을 잘 찾아갈지 불안했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까만 하늘을 쳐다봤다. "하..." 한숨이 나왔다.


“형 버스 왔어. 정신 좀 차려봐.”


석영이 형은 마치 소파에 피곤한 몸을 누이듯 내게 몸을 맡기고 버스에 올랐다. 지하철에서부터 석영이 형은 “여기가 어딘가”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며 눈을 떴다 감았다. 형은 집으로 가는 익숙한 버스를 알아보고 버스 번호를 어눌하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가리켰으면서도 버스에 올라타고서는 또다시 “여기가 어딘가”라고 혼잣말 비슷하게 말했다. 나는 대답 없이 형을 부축해 둘이 나란히 앉을 수 있는 뒷좌석으로 형을 끌고 갔다. 석영이 형을 던지듯 창가 쪽 자리에 앉히고 그 옆에 털썩 앉았다. “후...” 지저분한 버스 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형, 집 찾아갈 수 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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