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라는 고통스러운 깨달음
지난 5월 인천 송도에서 발생한 유소년 축구클럽 차량 교통사고 희생자 정유찬 군의 어머니, 2017년 주차된 차량이 굴러 내려와 숨진 하준이 부모님, 지난달 '스쿨존'에서 차사고로 세상을 떠난 민식이 부모님 등.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어린이 생명안전 관련 법안들'을 처리해 달라고 목소리를 낸 분들이다. 각각의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한 마음으로 모여 제도 개선을 눈물로 호소했다.
이들의 연대는 오지랖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어린이 생명안전 관련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해도 이미 세상에 없는 이들의 아이들을 보호하지도 구해내지도 못한다. 이들의 행동은 자신의 아이가 아닌 남의 아이들을 위한 것이다.
은유 작가의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에서 장시간 노동과 사내 폭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장실습생 김동준 군의 어미니는 “오지랖 세상이 되긴 돼야 해요”라고 말했다. 아들의 죽음 뒤에 반성하면서 내뱉은 단어가 ‘오지랖’이다. 주변 어딘가에 또 다른 동준이가 홀로 고통을 참고 있을 수 있기에 남의 일에 오지랖을 부릴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오지랖을 부림으로서 고통스러운 깨달음을 감당하고 이겨내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자식을 잃은 피해자가 아니라 자신들도 가해자라는 점이다.
후지이 타케시는 <무명의 말들>에서 “유가족들이 계속 싸울 수 있는 것은 그들이 피해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가 가해자임을 깨닫고 자신을 가해자로 만든 위치에서 벗어나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내 자식만을 위해선 내 자식을 위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