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욕할 자격이 있나

by 돈태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평온했던 마음이 무안공항 여객기 추락 사고로 요동친다. 무항공항에서 취재에 매달리고 있을 기자들을 생각하니 나는 지금 뭐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지옥 같은 사고 현장에서 유가족의 말 한마디라도 더 듣기 위해, 정부 당국자들로부터 사고 수습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어쩌면 세월호 사태에서의 비루함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취재는 치열해도 취재경쟁에는 멈칫할 수밖에 없는 묵직한 눈치를 보고 있을 기자들이 그려지기 때문은 아닐까. 나도 해봤으니까.


기자를 그만두는 상황에서 연재를 시작했다. 육아휴직 후에 복직하지 않고 퇴사하기로 마음먹은 상태였고, 기자를 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비판적으로 쓰려고 했다. 제도권 언론의 구조적인 한계, 기자들의 위선, 조직 논리에 매몰된 언론의 폐해 등을 구체적인 에피소드로 다루려고 했다. 그런데 무안공항 사고 소식에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라는 무기력하고 허무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기자들이 또 기레기라는 욕먹을 짓을 할 수 있지만 그들이 지금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현장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라는 것도 사실이다. 기자질을 욕할 자격이 되나,라는 생각에 소화불량처럼 가슴이 답답한 이유이기도 하다. 도와주지 못할 거라면 방해라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심정일까?


무안공항 사고에서 동문 언론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얼굴을 본 적은 없으나 나와 같은 스승을 두고 있는 후배다. 스승은 제자의 사망 소식을 듣고 바로 무안으로 향했고 돌아오는 길에 비참한 심정을 전했다. 현장에서 취재를 하던 동문 기자들은 무안에 도착한 스승과 함께 유족을 만나 숨죽여 눈물만 흘렸다고 들었다.


지금 내 감정이 기자질에 대한 미련은 아닌 거 같다. 지금 내가 쓰려던 글이 진짜가 아니라는 생각을 못 견디겠다. 모질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후회 또는 반성 그리고 절실함이 뒤섞인 감정이다. 정말 기자질을 관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언론 현실에 진절머리가 나서 도망치려는 것인가. 아니면 전혀 상관없는 개인적인 사정 때문인가. 무엇이라고 명확히 말해 지지 않는 감정들인가. 결국 나를 속이는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가 먼저 바뀌는 일이 우선은 아닌가.


지난주 사직원을 제출하고 회사를 나오면서 마음은 오히려 더 무거워졌다.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패배감 비슷한 감정마저 들었다. 오래 달리기에서 중도포기를 한 낙오자 심정이랄까. 사직원을 제출하고 바람을 쐬러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던 마음도 실제 퇴사를 하고나니 싹 사라졌다. 여전히 변명거리를 찾고 있는 비겁한 내가 보여 치가 떨렸다.


솔직한 글쓰기를 못할 바에 쓰지 말자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쓰려고 잘 정리했던 아이템을 쓰면 머리로 쓴 '헛 글'이다. 정돈되지 않았지만 지금 심정을 그대로 쏟아 내자며 쓰고 있다. 몸으로 밀고나가자는 심사니 그냥 써지는데로 쓰고 있다.


보여주려는 글을 쓰려고 머리를 너무 굴렸다. 위선적이기까지 하다. 더 혹독하게 나를 바꾸는 일이 우선이다. 누군가를, 그 무엇을 삐딱하게 대하려면 나부터 반듯이 서야 한다. 도덕적이기보다 부끄럽기에 이른 생각 지점이다.


2024년이 끝났다. 정말 바닥이었으면 한다. 더 기회를 바랄 염치는 없다. 지금 내가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그냥 써지는 대로 썼다. 솔직한 말들이기 때문에 두서가 없고 구체적이지 않다. 다시 쓰기 위해 내가 달라지는 일이 우선이다. 아직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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