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2개월.
기자질 기간을 계산해 봤다. 2010년 10월부터 했고, 2024년 12월 24일에 관둔다. 크리스마스 2부인 오늘, 이 글을 쓰고 회사로 들어가 사직원을 제출할 예정이다. 회사에서는 '사직원'을 제출하라고 했다. 사직서가 아닌 사직원이라는 단어가 생소했다. 사직서는 근로자가 일방적으로 사직 의사를 통보하는 개념이고, 사직원은 근로자와 회사가 합의로 사직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검색됐다. 구체적인 차이는 사직서는 의사 철회가 안되고 사직원은 의사 철회가 된다고 한다. 즉 사직원을 제출할 경우 근로자가 사직 의사를 철회하면 다시 회사에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차이가 없다. 회사가 행정 절차상 사직원을 원하니 사직원을 작성해서 회사로 간다. 그간 기사를 썼던 회사 노트북도 포맷했다.
사실 지금, 엄청 떨린다. 회사로 들어가 사원증을 반납하고,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하는 상황을 떠올리니 긴장된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무슨 말을 듣게 될지? 회사에 들어가는 시간대를 어떻게 잡을지? 회사에 들어가면 낯익은 얼굴들이 얼마나 있을지 등등. 무엇보다 마음에 걸리는 점이 하나 있다. 회사에 퇴사 절차를 문의했을 때, 사직원에 사인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회사를 그만두는 마당에 부장이랑 국장을 차례로 찾아가 결제를 받아야 하다니, 내키지 않는다. 기자질을 관두겠다고 결심한 트리거 중 하나가 부장이기도 한데 그 사람한테 결제를 받으라고? 일단 경영실 직원한테는 알아서 사직원은 제출하겠다고 통보를 해뒀다. 회사에 들어가서 인사를 나누다 적당한 때에 사직원을 누군가한테 전달하고 나오고 싶다.
나 혼자만 호들갑을 떠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나한테는 큰 일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수많은 회사 동료 가운데 한 명이 회사를 떠날 뿐이다. 사람들은 남일에 그렇게 관심이 크지 않다. 회사로 들어간 이후의 상황을 혼자 상상하며 긴장하고 있지만 막상 회사에 가면 너무나 허무하게 회사에서 나오는 그림이 그려진다. 회사를 그만두는 마당에도 눈치를 보는 거 같아 한숨이 나온다.
그래서 맞추지 않기로 했다. 작별 인사를 하기에 적당한 시간대를 골라 회사에 들어가려던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냥 내가 할 일을 마무리하고 회사에 가면 된다. 그때 가서 회사에 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면 되고 없는 사람이야 어쩔 수 없다. 사직원도 적당히 전달하고 나오자. 싸인은 무슨.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는 시간에 맞춰 집에 도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퇴사에 의미부여를 멈춘다. 휴직한 후 만들어 놓은 일상의 루틴을 방해할 만큼 가치가 있을까. 아쉬움은 남지만, 내가 원한 일이다. 시원섭섭하게 회사에 들리면 된다. 글 쓸 아이템 하나 건지면 더할나위 없고.
지난주에 회사에 사직 의사를 전달했다. 육아휴직이 끝나기 일주일 전에 복직을 못한다고 말했다. 나름 회사를 배려해 미리 연락한 것이다. 혹시나 잡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통화를 한 국장은 덤덤했다. 그래서 무안했지만 고맙기도 하다.
"안녕하세요. 국장님. 다음 주에 휴직이 끝납니다."
"그래 이 팀장. 휴직이 정확히 언제 까지지?"
"24일입니다. 그런데 복직은 못할 거 같습니다."
"음... 예상했던 바 아닌가. 그래, 회사는 한 번 들어올 거고?"
"네. 반납할 것들도 있고 해서 다음 주에 회사 들어가서 인사드릴게요."
"그래요. 회사 들어와서 얼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