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청소를 하다. 숨기고 싶은 투병일기

뭐라도 하는 귀 얇은 글쟁이

by 박민우
20190510_121140.jpg 어제 별다섯 커피 공장 부엌엔 이렇게 맛있는 반찬이 많았다. 나는 물김치만 먹었다.


점심을 한 줌 먹고, 간청소를 했다. 캐나다의 헐다 클락 박사가 아메리카 인디언의 담석 제거 프로그램을 체계화한 것이다. SBS 뉴스에서 부작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적도 있다. 아예 사기라고 했다. 나는 일단 해본다. 부작용이나 주의할 사항도 꼼꼼히 본다. 그리고는 해본다. 시간 남고 여유 있어서 하는 거 아니고, 몸이 불편해서다. 병원에서 받은 위염약은 전혀 먹혀들고 있지 않다. 치과, 내과를 2주간 최소 여섯 번은 갔다. 병원은 그만. 장기 여행이 코앞이다. 부작용만 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왜 하겠어. 나는 '청소'를 하려는 것뿐.


그렇다고 대단한 확신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해봐도 나쁠 건 없잖아. 나의 관점이다. 점심을 채소와 밥으로 담백하게 먹고 이후엔 물도 마시지 않는다. 오후 여섯 시, 오후 여덟 시엔 마그밀(약국에서 판다) 8알을 자몽주스에 섞어 벌컥벌컥 마신다. 밤 열 시에 올리브 오일과 자몽 주스를 반반씩 섞은 150ml를 벌컥벌컥 들이켜고는 눕는다. 꼼짝 말고 눕는다. 최소 20분은 그러고 있어야 한다. 구토가 살짝 밀려온다. 나나 되니까 '살짝'이다. 비위가 상당히 거슬린다. 내 안에서 거대한 변화가 감지된다. 올리브 오일이 용암처럼 식도를 흐른다. 군림한다. 대세가 된다. 갑작스러운 기름덩이의 등장에 아비규환. 로마의 폼페이가 떠오른다. 베수비오 화산이 터지고, 용암과 화산재로 혼비백산. 결국 처참히 깔려버린 폼페이의 2만 명. 내 안은 그 어떤 세상보다 거대한 우주. 나는 파문을 일으켰다.


몽롱하고 불편한 잠을 잤다. 아침에도 마그밀 자몽주스를 2회 마시고, 올리브 오일 자몽주스 150ml를 마신다. 올리브 오일 자몽주스는 굳이 안 마셔도 된다. 마셔도 되고, 안 마셔도 된다고 했다. 나는 마신다. 나의 의지다. 나는 이토록 살고 싶다. 일기로 가장 쓰고 싶지 않은 내용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겐 한심해 보일 것 같고, 누군가에겐 구차해 보일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대단히 멍청해 보일 것이다. 그런 감정이 들면 써야 한다. 병적인 자기 검열이 생겼다. 이렇다 할 효과는 모르겠다. 말도 안 되는 기름을 꿀꺽꿀꺽 삼켰다. 신선한 역겨움을 배에 담고 어떻게든 잤다. 날이 밝고, 나는 약간 희망한다. 역류성 식도염에 차도가 있기를.... 점심엔 양배추를 삶아서 쌈장과 먹겠다. 저녁엔 뭘 먹어야 할까? 밖에만 나가면 사자처럼 달려든다. 모든 육고기와 튀김, 떡볶이가 아름답다. 살겠다는 의지만큼이나, 죽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화창한 토요일이다. 몽롱하며, 거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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