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산해진미가 겨우 먹을만하다고요?
여러분은 애슐리나 자연 별곡을 갈 때 막 흥분하지는 않으시죠? 애들 등쌀에 억지로 가시나요? 종류만 많지 딱히 먹을 건 없나요? 저는 갈 때마다 놀라요. 평일 점심은 만 오천 원, 저녁과 주말은 이만 원 정도죠. 가짓수가 어마어마하더군요. 가짓수만 많은 게 아니라요. 화덕에 직접 피자를 굽지를 않나. 한식을 표방한다는 자연별곡에서 이탈리아 달걀찜 프리타타가 나오지를 않나, 태국식 카레가 나오지를 않나. 조금이라도 새롭지 않으면 망한다는 절박함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더군요. 자본주의의 끝판왕을 저는 한국의 중가 뷔페집에서 봐요. 그 돈으로 다른 나라에선 비슷한 것도 드실 수 없어요. 베트남이나 태국에서 저렴 버전 뷔페집이 없는 게 아니에요. 이만 원에 게요리를 먹을 수도 있죠. 방콕 제 단골 뷔페도 200밧 7,500원이니까요. 더 저렴하기는 해요. 그래도 비교불가예요.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와야 할 정도로 참신한 메뉴들의 극치죠. 후식도 오성급 호텔 뺨쳐요. 초콜릿 마시멜로우, 티라미수 케이크, 브라우니, 호떡, 팥빙수에 직접 구워 먹는 와플, 레몬 젤리, 생딸기 크림 케이크까지. 단품으로 먹으면 십만 원도 부족하죠. 어찌 이리 다양한 메뉴들을 한 곳에 모아놨을까요? 그렇다고 해서 모든 메뉴가 요리 수준은 물론 아니죠. 괜히 먹었다 싶게 배만 부르 것도 있고요. 특히 파스타는 워낙 대용량으로 볶다 보니 맛이 없죠. 하지만 대부분의 음식이 섬세해요. 밥은 질지도 되지도 않고, 튀김옷은 두껍지도, 얇지도 않죠. 모든 음식의 간은 절대 짜서도 안 되고, 심심해서도 안되죠. 한국에서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 줄 아시나요? 단 걸 먹으러 가서 달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단위 면적당 가 가장 많이 사는 나라예요. 케이크를 먹으면서 아오 달아. 이 말을 달고 살죠. 케이크를 먹으러 안 가면 되지 않나? 태생부터 단 케이크를, 안 달게 먹고 싶은 사람이 한국 사람이죠. 원래 짠 젓갈도, 원래 짠 게장도 짜면 절대 절대 안돼요. 싱거우면 맛을 감지하기 또 힘들어요. 맹탕이네, 맛없네. 넷 중에 한 명은 또 이러면서 수저를 놓죠. 투덜이 스머프만 사는 나라가 한국이라니까요. 그 투덜이 열 중 여덟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해요. 그 이상은 아예 불가능하고요. 게다가 창의력까지 발휘해야 해요. 이 가격에 이런 다양한 음식은 어디에서도 드실 수 없어요. 매달 신메뉴가 나오는 호텔 뷔페요? 다른 나라에선 기대하지 마세요. 그러지 않아도 잘만 굴러가는데요. 변하지 않는 걸 전통이라고 생각한다고요.
애쉴리와 자연별곡이 지금 한국의 모습입니다. 어중간해선 절대 살아남을 수 없어요. 까다롭고 까칠한 소비자를 상대해야 해요. 애쉴리가 성에 안 차신다면, 이민 가시면 안 돼요. 더 성에 안 차실 테니까요. 나는 참신하고, 다양하고, 신속한 게 싫어. 그런 분들은 이민 가셔도 되고요. 빈 접시를 주방으로 가져가고, 새 음식을 가득 담아 오는 알바생의 얼굴에서 한국의 스트레스를 봐요. 주방은 더 전쟁터겠죠. 오늘은 까칠한 애쉴리 손님이지만, 내일은 누군가의 심사 대상이죠. 더 참신하지 못해서, 최선을 다하지 못해서 욕받이가 돼야 해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로 통하는 통로를 만들고 있어요. 매일 쓰면서 조금씩 길어지고, 넓어지는 통로요. 길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과 제가 언제나 왕래할 수 있는 길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