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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white Jul 18. 2023

문방구 폐업과 토마토 떡볶이

30년 우리 동네 문방구 문을 닫습니다.

30년 넘게 시장 초입을 지키고 있던 문방구가 문을 닫는다. ‘폐업점포정리 40% 세일’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어렸을 적 학교 앞에는 응당 문방구가 있었다. 여기서 책과 불량식품, 장난감, 체육복까지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살 수 있었다. 없는 게 없는 동네 백화점 역할을 했던 것이다. 추석에 용돈을 받으면 항상 문방구로 달려갔다.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달되니, 어느새 책은 온라인 배송으로 바뀌고 문구류는 다이소로 대체되었다. 오락은 핸드폰이 담당한다.


곧 문을 닫는다고 하여, 아주 오랜만에 문방구에 가서 쇼핑을 하기로 했다.


시장 초입에 위치한 우리문구
낡은 벤치와 뽑기 기계가 놓여 있다

몇십 년간 한 자리를 지킨 사장님 한쪽 다리가 불편해 보였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학교 앞에는 그럼에도 문방구’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먼지가 쌓인 펜과 노트, 스티커와 빛바랜 장난감, 과학 실습 도구와 미술용품.


무엇을 살까 고민하다가 그 시절 사고 싶었지만 사지 못한 은색 하이샤파 연필깎이를 사기로 했다. 그리고 귀여운 오리 장난감과 pad라고 적힌 모닝글로리 노트, 무지개 색연필 12색을 골랐다. 물건을 들고 계산을 요청하니 낡은 작은 노트를 꺼내 직접 손으로 하나씩 물건 가격을 적으신다.


아! 여기는 컴퓨터와 바코드가 없구나!

검정봉지를 들고 집으로 왔다. 물티슈를 꺼내 포장지에 붙은 먼지를 닦았다. 어쩌면 그 당시 집집마다 하나쯤은 있었을 열차모양 연필깎이. 이 연필깎이는 나에게 명품 ‘문구’였다. 30년 만에 내가 번 돈으로 하이샤파 제품을 사니 기분이 묘했다. 포장을 뜯고 연필을 깎아 보았다. 기차가 잘 달린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여전히 제품은 판매 중이었다. 그리고 해당 브랜드는 제품 오작동을 알려주는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30년 만에 갖게 된 연필깎이
아날로그와 디지털


노트 패드는 아이패드로 바뀌고, 연필은 애플펜슬로 바뀌었다. 그 당시에 Pencil이 컴퓨터 액정을 클릭하는 용도로 바뀔 것을 예상이나 했을까. 스티븐 잡스가 잘못했다. 세상을 너무 빨리 바꾸어 놓았다. 준비되지 않은 어른은 여전히 아이들이 떠난 동네에 머물러 있다.


문방구에서 사 온 색연필로 토마토를 그려 보았다. 방과 후 미술시간 같다. 배가 고프다.  



[선드라이 토마토 간장 떡볶이와 버터 감자 구이]


문방구를 다녀왔으니 점심은 분식을 먹어야 한다.

통인동에 국물 없이 기름과 고춧가루로 맛을 낸 ‘기름떡볶이‘가 있다. 올리브오일과 토마토를 가지고 이 떡볶이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기로 했다.

토마토가 들어간 떡-볶음과 감자 구이

[재료]

선드라이 토마토 3개

쌀떡 200g

올리브오일 2스푼

다진 파

간장 2스푼

마늘 3개

고춧가루 1큰술

(*설탕을 넣지 않아도 괜찮다.)


감자

버터 10g

소금


[만드는 방법]

토마토 떡볶이

1. 큰 볼에 양념을 모두 섞어줍니다.(간장, 올리브오일, 고춧가루, 마늘, 파)

2. 올리브오일에 재워 둔 ‘선드라이 토마토’를 잘게 잘라 넣어줍니다.

3. 씻은 떡을 양념과 버무립니다.

4. 20분 정도 재워두고 프라이팬에 7분간 볶습니다.


버터 감자 구이

1. 감자를 깨끗하게 씻어 25~30분 정도 삶습니다.

2. 껍질을 벗기지 않습니다.

3. 감자를 접시에 두고 꾹 눌러 2cm 두께로 만들어 줍니다.

4. 프라이팬에 버터를 두릅니다.

5. 달궈진 팬에 감자를 굽고 소금을 뿌려줍니다.

6. 겉이 바삭해진 감자에 케첩, 마요네즈를 뿌립니다.


삶은 감자를 컵 바닥으로 누른다
기름에 볶은 떡볶이는 식어도 맛있다.

처음 시도해 본 토마토 떡볶이. 설탕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달고 짭조름하며 감칠맛이 났다. 올리브오일에 겉면이 타듯이 볶은 떡은 탄성이 더 높아졌다. 많이 맵지도 않고 느끼하지도 않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통의동 떡볶이 맛이 난다. 말린 토마토를 음식에 넣으면 시큼한 맛보다 ‘달콤함‘이 더 진하게 배어 나오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국물이 없어 시간이 지나도 떡이 불지 않는다. 몇 년 전, 통의동 기름 떡볶이를 살 때 남은 것을 냉동고에 얼리고 배고플 때마다 해동해서 먹으면 된다는 할머니 말이 떠올랐다. 이 떡볶이도 가능할 것 같았다.


껍질 채 뭉개진 감자를 버터에 구우니 안은 촉촉하고 겉은 바삭하다. 기름을 많이 흡수한 튀긴 감자는 칼로리가 높다. 버터 10g만 첨가된 감자구이는 칼로리는 낮고 영상성분이 살아 있다. 오꼬노미야끼처럼 감자 위에 다양한 소스를 마음껏 뿌려도 괜찮다. 특히 케첩, 마요네즈, 레몬이 뿌려진 그릭요구르트가 잘 어울린다. 그릭요구르트에 오이나 레몬을 섞어 아이스크림처럼 두툼하게 올리면 맥주 안주로도 손색이 없다.


 ‘기대 없이’ 친절했던 어른 덕분에 아이는 커서 사회에 나갈 용기를 얻는다.

한 자리를 오랫동안 지킨 사람은 누구나 위대하다. 학교 앞을 지켜주신 문방구 사장님, 1,500원짜리 떡볶이도 정성껏 만들어 주신 분식집 어머니. 팔릴수록 손해였을 동네 책방. 어린아이에게 ‘기대 없이’ 친절했던 어른 덕분에 아이는 커서 사회에 나갈 용기를 얻는다.




*30년 넘은 우리 동네 문방구 모습과 떡볶이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https://youtu.be/-_y7HSEeH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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