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와 침대를 없애고 더 넓은 집으로

동선을 넓게, 바닥 공간을 확보하자

by Jeoney Kim

13평 작은집

이사하기 전, 13평 작은집에 퀸 사이즈 침대와 3인용 소파를 두고 살았다. 이 외에도 책상, 식탁, 책장 그리고 옷 등 물건이 꽤 많았다. 집은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고 집안에서 우리의 동선은 매우 짧았다. 그리고 바닥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손님을 초대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공간을 수도 없이 많이 바꿨다. 작은 집에 8년간 살면서 할 수 있는 시도는 거의 다 해본 것 같다. 그러다 어느 날 우리는 과감한 결정을 했다. 소파와 침대를 덜어내기로 했다. 당근에서 나눔을 했다. 생각보다 빨리 나갔다. 꽤나 많이 아쉬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시원하고 홀가분했다.


바닥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니 오히려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뭔가 바닥에 펼쳐 놓고 하는 일들이 자연스러워지고 집에도 여유가 생겼다. 우리가 느낀 바와 똑같이 아마 집도 숨통이 트이는 듯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그동안 집도 알게 모르게 우리한테 많이 짜증 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를 나누며 둘이서 깔깔깔 웃었다.



그가 간절히 원했던 침대

결혼하면서 나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이 꿈꾸던 교육 사업에 같이 참여하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는 신혼집 대신 강의장에 투자를 하고, 강의장 한편 쪽방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그래서 꼭 필요한 가전, 냉장고와 세탁기만 사고 나머지 물건들은 모두 사용하던 것들로 채웠다. 그러다가 13평 집으로 이사 갈 때가 왔다.


그가 다른 건 몰라도 침대는 꼭 갖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화장대도 언급했다. 결혼할 때 침대랑 화장대를 해주지 못한 게 내심 마음에 계속 걸렸나 보다. 나는 늘 서서 거울 보는 습관이 있어서 화장대가 있어도 사용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퀸 사이즈 침대만 구매했다. 침대 하나 샀을 뿐인데, 우리는 매우 신나고 즐거웠다.



나의 첫 매트리스

서울에 직장을 얻어 본가에서 독립하기까지 25년 동안 침대와 소파가 없는 집에 살았다. 작은집은 아니었지만 소파와 침대 같은 큰 가구는 들인 적이 없다. 그래서 넓은 집을 더 넓게 쓰면서 자랐다. 바닥에서 자고, 바닥에서 좌식으로 휴식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었다. 태어나서부터 그렇게 계속 자라왔기에 혼자 자취하던 시절에도 가구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가 허리 통증으로 도수치료와 운동 치료를 병행하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너무 딱딱한 바닥에서 자는 게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매트리스를 구입했다. 접으면 귀여운 좌식 소파처럼 변했다가 잘 때는 다시 펼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구매했다. 꽤나 만족스러웠다. 허리 통증 완화에도 효과가 탁월했다.



공간 확보의 쾌감

13평에서 22평으로 이사했다. 공간이 훨씬 넓어졌지만, 우리는 그 흔한 침대와 소파를 다시 채워 넣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 첫 번째는 ‘공간 확보의 쾌감’이다. 소파와 침대를 덜어내고 공간이 확보되었을 때, 그 공간을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알게 되었다.


두 번째, TV와 소파의 사용성이다. 나는 벽걸이 TV를 선호하지 않는다. 벽에 고정시키면 모든 게 깔끔하지만, 공간을 자주 바꾸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치명적이다. TV 위치를 바꾸려고 할 때마다 벽을 뚫어야 한다면, 집에 남아나는 벽이 없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TV를 보통 철제 고릴라랙에 두고 원하는 높이에 맞추어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TV를 올려두는 가구를 생각해 보면, 바닥에 앉아서 보기에는 높을 때도 있고, 소파에 앉아서 보면 또 약간 낮은 감이 있다. 가구 높이나 사람의 앉은키, 또는 TV 높이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나겠지만 말이다. 그러다 보면 어떤 사람들은 바닥에 앉아 소파를 등받이로 쓰는 사람도 생기고, 그렇게 이상한 한국식 문화로 자리매김한 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TV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실험은 8년간 계속되었고, 마침내 원하던 눈높이를 찾았다. 바로 헬리녹스 캠핑 의자였다. 캠핑 의자는 다른 의자에 비해 높이가 낮은 편이고 엉덩이와 등허리 부분을 아늑하게 감싸주어 생각보다 편하게 앉을 수 있다. 바닥과 소파 높이 사이 중간 어디쯤에 엉덩이가 떠 있다. 너무나도 원했던 눈 높이었다. 그야말로 마침맞다. 그리고 캠핑의자는 일반 의자에 비해 매우 가볍고 들고 다니기도 편해서 이리저리 옮겨두기가 참 용이하다.


세 번째, 침대의 사용성이다. 온돌, 매트리스, 침대 사용을 순서대로 거쳐보고 나서 깨달은 바가 있다. 침대라는 가구가 한국식 온돌 문화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다. 바닥 난방 없는 서양 문화에서 쓰는 가구이다 보니, 겨울에는 침대에서 자면 오히려 더 춥고, 그래서 전기요를 까는 사람들도 있더라. 나는 이게 가장 이해가 안 가는 포인트다. 그리고 잠을 자지 않은 시간에도 자리를 계속 차지하고 있으니 가끔 이불 정리를 안 할 때도 생기고, 뭘 올려놓게 되는 일도 빈번해졌다.


반면에 매트리스는 아직도 여전히 사용 중이다. 허리 안 아프면서 한국식 온돌 바닥의 온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자고 일어나서 바로 이불 정리하고 치워둘 수 있어서 좋다. 잠을 자고 있지 않은 시간에는 매트리스가 공간을 차지하고 있지 않으니 그 공간을 더욱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침대 밑처럼 먼지가 쌓이지 않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자기 전에 방 한번 닦고, 일어나서 바로 이불 정리하는 습관이 생기면 일상에서 조금 더 부지런해진 자신을 만날 수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일상에서 뿌듯한 자신을 발견하는 일은 스스로 안정감을 만들어가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


네 번째, 공간이 가진 역할이다. 작은 집에서 살 때는 원탁이 식탁이었다가, 컴퓨터 펼치고 일도 했다가, 책을 펼치고 독서도 했다가, 주방이 좁으니 조리대로도 썼다가, 뭔가 막 펼쳐 놓고 일하는 작업도 했다. 그야말로 원탁 하나가 오만가지 역할을 했다. 물론 이게 나쁜 건 아니지만 조금 번잡스럽고 정신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소파와 침대가 없는 대신 조금이라도 더 넓게 확보한 공간에 역할을 부여했다. 우리 두 사람의 책상을 모아둔 곳은 ‘집중공간’이다. 거의 대부분 집에서 일하는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그리고 원탁은 식탁으로써 ‘식사공간’이다. 그리고 타원형 테이블이 하나 더 있는데 그곳은 책을 보기 위한 ‘독서공간’이다. 그리고 아일랜드 식탁은 주방에 필요한 가전제품과 수납, 그리고 조리대로써 ‘조리공간’이다.


이제 더 이상 원탁 하나가 오만가지 역할을 하는 집이 아니다. 어쩌면 원탁도 내심 기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명확한 역할이 주어졌으니 말이다.




집을 꾸민다는 것, 꼭 거창한 인테리어가 아니더라도 가구를 배치하고 필요 물품을 정돈하는 것은 더 나은 휴식공간을 만드는 중요한 일이다. 남들이 다 갖추고 있는 만큼 흔한 침대나 소파 같은 것들이 내 생활에, 내 동선에 맞지 않다면 과감하게 덜어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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