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이 서울, 시골은 처음이야.
그가 엄마와 통화 중이다.
이사한 지 열흘도 안 되었는데
집들이 언제 하냐는 말이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대략 언제쯤 초대한다고
그가 대답을 건네며 말을 덧붙인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서울을 벗어난 적이 없어. 집 정리도 정리지만, 내가 여기에 좀 적응할 시간이 충분히 필요해.”
그제야 깨달았다.
그가 새로운 보금자리에 적응하느라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같이 임장도 다니고, 주변 탐방도 하고
모두 만족스러운 형태로 새로운 집을 골랐기에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25년을
지방 소도시에 살다가
서울 생활 10년 넘게 하다가
다시 어렸을 때 살던 동네,
그 비슷한 분위기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는
나와 비슷한 서사가 전혀 없으며
오로지 적응하는 시간을 견디고 있는 것이다.
나는 왜 그가 늘 괜찮다고 생각했을까.
바로 옆에서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게
조금은 맘이 애리다.
누구에게도 하지 않던 말,
심지어 나에게도 티 내지 않더니
엄마에게는 가볍게 툭 내뱉는 심정.
그래, 그게 그의 진심이리라.
괜찮냐고
매일 같이 물어보는 것도
번잡스럽고 부담스러울 테니
너무 힘들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다.
이것 또한 서로 맞추어 나가야 할 숙제.
서로 만족하는 방향을 잘 찾을 수 있기를.
우리가 가진 최고의 나침반,
현명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