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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컴퍼니 Jun 14. 2017

시작은 달콤하게 평범하게 구입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지

지지직 / 귀엽고 특이해서 사모은 무용지물 포스트잇 열전

포스트잇을 또 샀다. 펜처럼. 화장품처럼. 신발처럼. 스티커처럼. 마스킹 테이프처럼. 그렇게 또 있는데 또 포스트잇을 또 샀다. 전생에 포스트잇을 사지 못해 한이 된 귀신이 붙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예전에도 포스트잇을 팔았나? 아무튼 그렇게 내 기준과 내 미적 감각에 들어와 품게 된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포스트잇 리뷰 나간다. 산지 엄청 오래된 것들도 있어서 (그러게 왜 쓰지 않을 걸 사는 거야?) 아직까지 파는 제품이 있다면 다른 이들의 구매를 돕고자 브랜드명도 함께 명기하도록 하겠다. 나만 지르고 죽을 수는 없으니까.

첫 타자는 제토이 츄츄 포스트잇. 순서는 애정도를 떠나 그냥 집히는 대로다. 흔하고 귀여운 고양이 모양 포스트잇이다. 여기만큼 고양이 귀엽게 뽑아내는 브랜드 못 봤다. 이건 진짜 예전에 산 거고 요즘에는 다른 디자인도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막상 사놓고 저 집사 놈 감히 내 얼굴 털끝 하나 건드려 보라지 페이스에 글씨를 쓸 수가 없어서 포스트잇으로 쓰지 못하고 있다.  

나뭇잎 포스트잇. 어느 브랜드 제품인지 모르겠다. 아는 사람이 있다면 댓글로 적어달라. 치명적인 단점은 이렇게 엽서에 붙여둘 때에만 예쁘다는 점이다. 그리고 너무 얇고 작아서 막상 글씨를 적기에는 뭔가 불편하다. 역시 포스트잇으로는 무용지물. 바람도 잠시 쉬었다 가는데... 글씨는 잠시도 쓸 수가 없구나... 예쁜 건 예쁜 것으로 그 소임을 다하는 법이다. 

예쁘긴 한데 공작하거나 나무 코스프레할 게 아니면 이렇게 붙여서 뭣에 쓰죠...?

벚꽃 포스트잇. 이건 다이소에서 산 1000원짜리 벚꽃 포스트잇이다.

그리고 이건 다이소가 아닌 곳에서 산 무려 3.6배 비싼 3600원짜리 벚꽃 포스트잇.

솔직히 이 위에 글씨 쓰면 예쁨의 큰 차이는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비싼 것이 조금 더 벚꽃 느낌이다. 하지만 저 손톱만 한 포스트잇에 대체 몇 자나 쓸 수 있겠는가? 역시나 무용지물은 계속된다.

반팔의 멘탈붕괴 메모잇 포스트잇. 이런 포스트잇 아주 좋다. 아주 내 취향이었다.

나는 주로 독촉장에 '얼른 커피 마시러 내려오시오', 경고장에는 '여행 가서 행복할 것' 등의 멘트를 써서 선물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 그리고 두 명에게 그들이 보지 않는 사이 책상과 휴대전화에 경고장을 붙여놨었는데 둘 다 3초 정도 놀랐다가 재미있어해서 선물하는 사람이 아주 뿌듯했다. 두 명한테 시도해서 두 명 다 진짜 경고장인 줄 알았다고 하니 이 정도면 깜놀 승률 100% 아닌가. 크기는 손바닥보다 작다. 아담하다.


다이소 컵케익 시크릿 점착메모. 얼핏 보고 비밀 메시지를 대체 어디에 쓰는 건가 혹시 스크래치 형태인가 했는데 결국 원리는 포스트잇 두 장 붙이는 것.

 다 좋은데 시크릿 메시지를 쓸 수 있는 공간이 엄청 좁다. 사랑해나 축하해 정도 쓰면 끝나겠는데...?

역시 다이소. 자일리톨과 목캔디 패러디한 자유롭게와 못견뎌 포스트잇. 나름 깨알같은 패러디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겉 표지를 많이 신경 쓴 느낌.

그런데 왜 내부는 신경 안 썼어요...? 그리고 다이소 포스트잇들의 단점 중 하나가 접착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점인데 얘도 그렇다. 겉 표지 디자인 한 거 조금만 더 공들여서 꾸며주지. 그냥 흔한 둘리색 접착력 약한 포스트잇이다.

이것도 꽤 마음에 드는 밍스맹스의 원고지 모양 포스트잇 원고짓. 위의 경고장, 독촉장과 사이즈는 거의 비슷하다. 색이 꽤 여러 가지였는데 이게 제일 원고지 감성이라 이 색으로 샀다.

대신에 이 포스트잇을 쓸 때에는 극도로 맛춤법에 얘민해야 한다. 그렇지 안으면 받는 사람이 어의가 없을 수 있고 자칫하면 선물을 주고서도 상대로부터 일해라 절해라 감나라 배나라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참고로 원고지에 글 쓸 때는 검은 펜에 들여 쓰기를 해줘야 보다 멋스럽다.

그래... 사실... 이 포스트잇 자랑하고 싶어서 시작한 포스팅이야...

아니 왜 스카이 노트, 에어플레인, 구름 포스트잇으로 쳐도 안 나오는 것인가? 여하튼 나는 이걸 버터 오프라인 매장을 배회하다가 구입했다. 편의상 구름 포스트잇이라고 하겠다.  

세상에... 이 아름다운 자태 좀 봐... 구름... 너란 녀석은...

창틀과 분해되면 안 예쁠 줄 알았는데 예쁘다. 하늘이 예뻐서 급 세 종류 다 집어왔다. 다른 구름과 노을 버전도 있으면 또 샀을 것이다. 또 있었으면 좋겠다. 제조사는 보고 있으면 또 내주세요. 제발요. 저 구름이랑 하늘이랑 여행 덕후란 말이에요. 한 구름 디자인당 5개씩 살게요... 특히 적란운 사랑해...!!!!! (와장창)

다 붙여놓으니 정신산만 하고 좋다. 이 중에서 실제로 글씨를 써서 누군가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목적으로 활용한 포스트잇은 원고지 포스트잇, 사진에는 색이 너무 튀어서 쓰지 않은 경고장 포스트잇, 그리고 한 장 한 장 쓰기 아까워하면서 겨우 한 장 뜯어서 쓴 구름 포스트잇이다. 사실 문구 섹션을 돌아다니다 보면 떡볶이 포스트잇, 순대 포스트잇, 김밥 포스트잇부터 소시지 포스트잇까지 먹는 종류로 도배된 디자인을 많이 보게 되는데 이렇게 아리따운 동식물 자연 포스트잇도 더 많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혹시 아직 내가 발견하지 못한 그러나 소장가치가 있는 포스트잇 파는 곳이나 그 이름을 안다면 주저 없이 추천해 달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포스트 잇템 포스트잇을 추천해줘도 고맙겠다. 그리고 예쁜 하늘이나 구름 실사 버전 혹은 우주와 별 관련 포스트잇이나 마스킹 테이프, 스티커 등 인쇄 짱짱한 제품 아는 거 있으면 추천 바라요... 광고여도 괜찮아... 바카라나 뜨거운 밤 섹스 광고나 블로그 6개월만 팔라는 내용만 아니면 자사 포스트잇 광고여도 좋아... 하늘과 구름과 우주 성애자이니까... 세상은 넓고 아직 내가 사지 못한 포스트잇과 마스킹 테이프는 많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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