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직 / 무아스 미니 LED 시계
"이거 나만 질렀어?" 그렇습니다. 직장인은 종종 접신을 합니다. 바로 지름신을 영접하는 것인데요. 지름신을 영접하게 되면 언제나 지름 지름 앓습니다. 신병은 신내림을 받으면 낫는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지름병은 불치병입니다. '쇼핑'이라는 미봉책이 있기는 합니다. 지름 지름 앓다가 지르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됩니다. 하지만 다시 또 다른 무언가를 지르고 싶어 지죠. 병입니다. 정 안 되면 참새가 방앗간 찾듯 다이소라도 찾아들어가 1천 원짜리를 흩날리며 부자가 된 기분으로 나오는 게 직장인의 섭리. 잼 중의 잼은 탕진잼 아닙니까. 그렇게 하루하루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이 쓰는 지름 투병기를 빙자한 쇼핑 제품 리뷰입니다.
이것은 예전에 사서 리뷰해야지 하고 찍어만 놓고 방치했던 무아스 미니 LED 시계이다. 판매 가격은 3만 4900원. 메이드 인 차이나. 텐바이텐에서 15주년 할인을 하는데 쿠폰을 어디에 써야 할까 방황하다가 LED 시계에 대한 요상한 로망이 있었기에 사보기로 했다.
시간을 기억하는 백업 배터리 내장이라는 다소 이상한 말이 쓰여 있지만 어차피 배터리만으로는 켜지지 않고 꼭 전원을 공급해야 한다. 이걸 미리 알았더라면 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귀찮은 건 싫으니까.
냉장고 냉동실에 샘플로 들어있는 얼음 케이스인 줄. 투박하다.
뒤는 더 투박하다.
그래도 전원을 넣으니 예쁘다. 어차피 어두운 곳에서 볼 거니까 괜찮다. 보조배터리로 충전되면 더 좋았을 텐데.
버튼은 이게 전부다. 모드를 길게 누르고 업 버튼과 다운 버튼으로 현재 시각과 알람 시각을 설정하면 된다.
와 그런데 이거 생각보다 더 밝다. 누군가 리뷰에서 수유등으로 쓰려고 했는데 너무 밝아요 라고 쓴 걸 봤는데 정말 밝다. 컬러 셀로판지만 가져다 붙이면 나래 바 네온사인을 따로 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언제나 설명서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나중에 내가 다시 찾아보기 위한 찰칵.
나이트 모드가 있기는 한데 밝기의 큰 차이는 모르겠다. 일단 무지 밝다.
불을 모두 꺼 보았다. 영롱하게 빛나는 LED 시계. 시간 하나는 끝내주게 잘 보인다. 이 시계의 최고 장점은 시간이 매우 잘 보인다는 것이고 최고 단점은 아주 밝다는 것이다. 또 다른 리뷰에서는 잘 때 수건을 덮어놓고 잔다는 내용도 있었다.
주변에 누군가 형설지공 하고 있다면 가만히 이 시계를 옆에 가져다 놓아보시라. 반딧불이가 다 놀라 도망갈법한 밝기에 글씨 읽는 데에도 큰 지장이 없을 것 같다. 어느 정도로 밝은 지 손을 가까이 가져가 보았는데 손금이 또렷하게 다 보일 정도다. 생명선이 어디더라. 덕분에 더는 어둠이 무섭지 않게 되었으나 생각보다 밝아서 밤새 켜놓는 것은 조금 고민하게 됐다. 그냥 볼 때보다 불 끄고 봐야 더 예쁜 시계다. 직관적이고 다 좋은데 밝다. 세상을 밝게 살아가라는 제조사의 배려심은 아니었을까. 서프라이즈 진실 혹은 거짓.
글&사진 조랭이 /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일명 지지직) 운영자이자 보기 좋은 회사가 다니기도 힘들다의 주인공. 이 시대 직장인답게 언제나 지름 지름 앓고 있다. 오래 앓다가 한 순간에 훅 지르고 한동안 써본다. 10분 동안 사진 찍고 20분 동안 글 써서 3분 안에 소화되는 리뷰를 지향하고 있다. kooocompa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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