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일을 할 때의 이야기다. 까짓거 그냥 하면 되지 뭘 그리 우물쭈물대? 이런 반응들을 접할 때 여간 당황스러운 게 아니다. 진취적으로 개진해가야할 일에 태클을 걸면 부정적이고 싫은 사람이 된다. 모르는 것이 많고, 심지어 그런 것들을 자신이 모른다는 자각조차 없을 때는 무서울 것이 없다. 눈 앞에 펼쳐진 풍광만이 세상의 전부라면 내게 위협이 될 것이 없으니 허리를 빳빳이 펴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예전에는 분명 그런 것들이 멋지다고 생각했던 찰나가 있었다. 다만, 아는 것이 많아지고 고려할 것이 많다면 터무니없는 도전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담보하는 지를 알게 되면 그 쉬운 결정을 못하게 된다. 여러 매체나 기사에서는 그런 손 쉬운 결정을 도전정신이라 포장하지만, 나는 이제 그런 말은 싫다. 모든 조건을 고려하고 그럼에도 우리는 이방향으로 진행한다, 와 같은 결정은 도전정신일 수 있다. 무식이 무식인지 조차 모르고 모든 것을 다 아는 양 으스대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지, 보통은 무식으로 치장한 이들은 알지 못한다.
수능 시험 전날 아버지가 질문을 했었다. 다 공부했냐고, 하는 질문에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고 답을 했었다. 그 때 웃으며 아버지가 말한 결론이 이와 유사했다.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아는게, 정말로 네가 준비가 되었다는 증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