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기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사 Apr 28. 2019

소란스럽지 않은 일요일

100일 글쓰기

어제는 그렇게 동생 결혼식이 끝나고 피로감으로 인해 급격하게 쓰러졌다가 아침을 맞이했다. 피곤함을 피츄가 깨우고 아침밥과 함께 시작한다. 매번 그렇게 하기 싫지만 간단한 코어운동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누워서 할 수 있기 때문에 겨우 하는 것이지 다른 방식이었으면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윗몸일으키기를 앞옆뒤옆으로 하고 난 이후, 다리를 엉덩이 힘으로 드는 것 역시 앞옆뒤옆을 충실히 하고 나면 대략 한 시간이 지난다. 힘을 천천히 주기도 하고 중간중간 충분히 쉬다보니 지지부진하다. 그리고 나서 발목운동까지 하고 나면 대략 틀어놓은 티비 한 프로가 딱 끝난다. 시간이 흐르는 것은 온전히 그것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그 사이 피츄는 매번 창밖을 보느라 바쁘다. 밥이라고는 고작 요거트 한 접시에 꿀과 그래놀라, 요새는 그래도 망고 조각이라도 몇개 넣는다. 약간의 운동을 끝내고 나면 지쳐서 커피와 사과 한개를 먹는다. 시간이 꽤 흘러서도 있고 발레를 가기 위한 위장의 준비를 해야했다. 


잠에 취한 남편을 깨우고 짐을 챙겨 지하철로 향한다. 오늘은 생일파티를 해야해서 조금 일찍 가서 케이크를 사야했다. 수업 두개에 그 후 파티 하고 지난 공연의 뒤풀이까지 할 날이라 오늘은 정말 스케줄이 길다. 지하철에서의 시간은 의외로 빨리간다. 유투브로 보고 싶던 채널의 영상을 틀어두고 차분히 들으면서 가면 된다. 심지어 이 영상은 한시간이 넘다보니 차분하게 그것만 듣다보면 어느새 도착해있다. 아침에 보았던 프로그램에 나왔던 유시민 작가의 유투브까지 보다보면, 내가 정말 이 사람의 일생과 생각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구나 싶었다. 차분하게 나의 할 일을 하면서도 이 사람의 삶이 보다 좋은 방향으로 갔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어린 시절 나에게 많은 걸 알려주었던 대단한 작가. 그래서인지 그런 생각의 조각들이 한켠에 스칠 때는 나 역시 꽤나 공감능력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평상시처럼 하지만, 평상시보다 항상 조금 더 잘하길 바라며 자세를 잡는다. 수업 시작시간보다 미리 와서 운동을 해야지만 안심이 된다. 옷을 1분 안에 갈아입고 매트를 깔고 누워서 가장 약한 발목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허벅지 앞쪽을 늘렸다. 가장 불안한 것부터 해야만 시간을 잘 배분할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늘어져서 그 부분까지 차마 케어하지 못하고 수업에 들어가야하니, 그건 준비를 한 게 아니다. 꽤나 스트릭트한 규칙이 있다보니 앞 시간 확보하는 것에 약간의 스트레스가 있다. 빨리 도착하지 못하면 조바심이 나고 준비했을 때야만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지금 신경쓰고 있는 것은 가장 못하는 걸 외려 나의 강점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게 진득하게 해내고 난 이후,  1그램 정도의 뿌듯함을 느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좋았다. 작은 피츄는 나를 반기고, 피로회복을 위한 음료를 마시고 잠시 누워 쪽잠을 자는 것 역시 좋다. 이런 꿈같은 일요일은 내일 또 그리워하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안다는 것은 두려움이 커지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