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기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사 May 17. 2019

입맛이 변했다

100일 글쓰기

이상하다면 이상한 일이긴 한데, 입맛이 변했다. 아주 꼬마시절부터 엄마는 나를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애냐는 핀잔을 줄 정도로 빵과 샐러드, 과일류를 좋아했다. 찌개는 뭐 있으면 먹지만 나서서 찾아먹지는 않았고, 외식을 한다면 주로 스프와 파스타가 있는 경양식집을 선호했다. 무슨 로망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예쁜 카라 달린 옷을 입고 에나멜 구두를 신은 작은 꼬마가 가고 싶었던 그런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얼마전부터 힘들때는 밥을 찾게 된다. 


그랬던 적이 없어서 더욱 이러한 변화가 이상하게 느껴지곤 했다. 이전까지 내가 선호했던 음식들은 파스타, 쌀국수, 돈까스, 소바, 리조또, 혹은 샌드위치였다. 이제 정말 세월이 많이 흘러 내가 변한 것인지 쌀알이 들어간 음식들을 찾기 시작했다. 딱 오늘만 먹은 음식을 꼽아봐도, 전복죽과 김치찌개였다. 어제는 낙지죽, 그 전에는 닭갈비. 어떻게든 쌀알이 있는 쪽을 무의식중으로 찾게 된다. 분명 이전에는 매운 것도 거의 입에 못대서 된장국만 찍어먹었는데도 이제는 달라져서 그걸 먹고 있다. 물론 속은 쓰리긴 하다. 남들은 무던히 먹을 매콤한 음식들이 내게는 꽤나 매운 강도라서 아직도 입이 얼얼하고 위장이 약간 쓰리다. 이렇게 드디어 한식에 익숙해지는 건가 싶다. 뭐든 영원한 건 없다. 그렇게 나이듦에 따라 입맛도 변하는 것이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소란스럽지 않은 일요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