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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사 May 23. 2019

사진이 담아주는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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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제는 사진이다. 아이폰에 저장되어있는 사진들을 쭉 둘러보았을 때 가장 사진 장수가 많은 해는 2017년이다. 결혼식이 있던 해이기도 하고, 사진찍는 걸 좋아하는 남편덕분에 봄부터 가을까지 쉬지 않고 사진을 여러 컨셉으로도 찍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사진들이 전문가의 손으로 찍히고 손질된 경우가 많아서 나의 다른 사진들과는 현저히 다르다. 퀄리티가 다른 탓에 눈에 확 띄곤 한다. 



예를들면 이런 사진들. 빛의 방향과 그에 맞는 의상과 다른 이의 손을 탄 메이크업. 분명히 좋은데, 그리고 누구든 예쁘게 나와야만 하는 그런 사진이라서 좋았지만 내 사진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상황을 연기하는 느낌이라서 자연스러움은 추구하려고 해도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 때는 그랬다. 자연스러운 척 했지만 사실 꽤나 어색했고, 내 얼굴이 잘 나와야하는데 하는 걱정도 많이 섞여있었다.





오히려 놀러가서 찍은 이런 사진들이 조금 더 못생겼어도 좋았다. 미리 잡혀있던 도쿄비행기 티켓의 일정을 바꿔서 그걸 셀프스냅을 찍겠다는 목적으로 바꿔둔 여행이었다. 사실 귀퉁이에 있는 노란벽의 글씨만 없었어도 여기가 일본인지는 모를 분위기. 큼지막한 가디건에 삐져나온 아이폰케이블, 대충묶은 머리, 에코백. 우리는 오전에 사진찍고 오후는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어서 그야말로 해방감에 까불기 바빴다. 


용마랜드에서 영상을 찍고 난 후, 메이킹처럼 이것저것 사진을 가볍게 찍었다. 매우 편안한 자세와 놓치지 않는 카메라를 잡고 있는 손. 과한 노출까지, 분명 망한 사진이지만 난 이 때의 싱그러움이 좋다. 가을이 다되었는데 해만 뜨면 무더위가 내려오던 날이 신기했다. 분명 저러다가 저녁되면 꽤나 추워서 고생했었는데. 햇빛 부서지는 날에 그늘에 있으면 마치 소나기를 피하는 처마 아래 있는 느낌이다. 











가장 최근의 나들이 사진. 자체 덕수궁 투어를 하면서 역사기행을 하던 와중, 을사늑약이 체결된 중명전까지 찾아들어갔다. 원래는 덕수궁 안에 속해있지만 덕수궁이 실제 있던 규모보다 작아지면서, 그리고 몇몇곳은 사유지가 되어 현재는 약간 덕수궁에 떨어진 위치라고 했다. 이 날도 역시 날이 좋았다. 날이 좋아야만 겨우 밖에 나오는 집순이 집돌이 들은 이럴때나 밖에 나와서 산책을 한다. 햇살은 좋지만 바람이 불면 시원한 날이었다. 그리 흔치 않은 아주 좋았던 날. 




신혼여행 중, 바르셀로나 엘코르테엉글레 최상층 식당가에서 찍은 카탈루냐 광장. 여행의 막바지였고 그 날은 선물을 사기 위해 백화점을 아주 샅샅이 뒤졌다. 그래도 내심 설레긴 했다. 약간 금전적인 부담감 없이 결제하면서도 선물이니까 받는 이는 분명 좋아할 것을 상상하니. 즐거웠다. 라이카의 필터를 이용해서 찍어본 사진.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라 더 몽글했다. 너무 짧았던 바르셀로나라서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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