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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사 Apr 21. 2021

복직

복직하기 힘든 시절, 2021년 4월

육아휴직 후 복직, 복직 하기 전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사실 업무환경은 꽤 좋은 편이다. 현재 살고 있는 거주지와 차로 (막혀도) 30분 정도에 갈 수 있고, 어린이집이 있는 회사이며 긴급하게 돌봄휴가까지 낼 수 있는 가정이 있는 사람에게 친절한 회사이다. 그러다보니 출산을 앞둔 상황에서 아주 과감하게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붙여서 썼다. 도합 1년 3개월과 1년 기준으로 주어지는 유급휴가까지 빼곡하게 이어붙이고 말 그대로 쉬러 갔을 때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돌아왔을 때의 나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았다. 2019년의 나는 일이 많았고 꽤나 바쁜 프로젝트에 속해 있었고 그냥 그대로 즐거운 삶이었기 때문에 괜찮았다. 다시 돌아가게 되도 회사로 출근하고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한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어서 그랬던 것도 있다. 회사와 가까운 백화점 문화센터를 등록해서 아이와 함께 앉아서, 종종 동료들을 불러서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실 수도 있다는 상상을 했기에 오히려 즐거웠다. 


물론, 이 모든 건 '코로나19가 없는 시절'에 그렸던 내용이고 그저 커리어우먼인 사람이 '가사일을 하는 아기 엄마'의 삶을 미디어를 통해서 접해서 환상에 젖어 했던 착각이 겹쳐져서 했던 상상일 뿐이다. 


착각과 달랐던 것, 인류에게서 2020을 앗아간 역병. 그렇지 않아도 막달 외출자제와 출산 직후 산욕기를 거치고 나서 이제 슬슬 놀러 나가볼까 하던 찰나에 대한민국에도 코로나19가 유입되서 난리였다. 덕분에 어디 가기도 어렵고 그냥 집에서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남편도 재택이라 그냥 쭉 집을 활용하며 일년을 버텼다. 그리고 나서 2021년 4월, 다시 출근을 한다. 



복귀의 어색함


아무래도 오프라인으로 접하지 않고 사람들을 대다수 온라인으로만 보려고 하면, 어색하다. 심지어 나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2020년에 이미 '온라인 공간으로 접하는 어색함'을 뛰어넘고 그저 이것이 일상으로 들어와서 잘 적응하고 일을 하고 있는 반면. 나는 구글 밋을 켜서 배경화면을 설정하는 것조차 서툴러서 어떻게하는 지 찾아보는 걸 보니 갈 길이 멀다 싶다. 구글 밋 배경화면 설정이 뭐 그렇게 엄청난 능력의 척도인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하는 지를 몰라 적나라하게 집 배경을 보여주기도 하고, 다른 이들의 화려한 배경화면이 순간적으로 부러웠던 적도 있으니. 


오랜만에 보는데 모두 사이버 친구들 같아서 너무 어색하다. 


또한, 옆에 있지 않다 보니 간단히 차를 마실 시간도 점심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이들과 함께 일을 하는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있다가 돌아온 팀 사람들은 대부분이 낯선 이들뿐이라 더더욱 그러하다. 





어린이집을 가는 아이와 집에서 일하는 엄마 


아침에 느끼는 아이러니가 하나 더 있다. 우리집의 경우 내가 육아휴직이 끝남에 맞추어 남편이 육아휴직을 냈다. 그리고 아이는 내가 복직하기 한달 전 회사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다. 0세반이다보니 조리원동기들 중 몇몇은 벌써 가냐고 놀라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8시부터 아이가 어린이집 갈 준비를 하고, 8시 반에 집에서 출발해 9시 즈음 어린이집에 가게 된다. 엄마는 8시 반부터 일을 시작해서 대략 6시까지, 8시간 조금 넘는 근무를 한다. 굳이 숨돌릴 틈도 없이 바로 시작하는 이유는 하나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4시부터는 사실 상 집중해서 생각하거나 문서를 만들기 매우 힘들기때문에, 스스로 지정한 집중근무시간대를 오전시간으로 땡겨놓으려면 미리 그쯤부터 빠르게 할 수 있게 몸을 적응해두는 게 좋아서 그렇게 했다. 4시가 넘으면 업무하는 방으로 들어오려는 몸부림, 들어와서는 키보드를 자기가 쳐보겠다고 우기는 고집, 종종 화상회의에서 다른 분들에게 웃어보이는 모습까지 보통이 아니다. 그나마 아이에게 유한 회사라 다행이지 좀 엄격했으면 잔뜩 눈치봐야할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나는 잘 할 수 있을까 


아직도 끝없이 불안한데. 오히려 아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는 것만큼 나도 잘 복귀해서 일을 해내야할텐데 부담감이 좀 크다. 씩씩하게 먹고 놀다오는 아이를 보면 종종 내가 부끄러워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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