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기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사 Jul 23. 2023

2023년 1학기 (1) 시작

학생도 직업이라면 현 시점 세번째 직업을 시작한 사연

만3살 아이의 육아와 주40시간 풀타임 IT노동자로서의 삶에 한겹 더해 방송통신대학교에 편입을 신청해 지난 봄-여름 1학기를 보냈다. 편입의 경우 3학년으로 들어가다보니 생소한 분야에 대한 학습을 대뜸 '3학년입니다'라는 당혹스러운 지위에서 시작하게 되는데, 미리 신청되어있는 과목들을 보고 이건 쉽지 않겠다 싶어 부랴부랴 1,2학년 전공으로 시간표를 채워 시작한 2023년의 1학기.


학기 도중에 일어났던 일들의 기록을 미주알고주알 쓰기에는 브런치에 쓰기 적합하지 않을 정도의 짧은 감상들뿐이라 조금 부끄러웠고. 만약에 하다가 중도 포기한다면 더욱더 창피할 것도 같아서 학기를 마무리한 시점 이후에 글로 남겨두고 싶어서 고백조로 써두게 된다.


나이 서른여섯에 법학과로 편입을 하게 된 이유


대학교의 학부 전공은 언론정보학과(커뮤니케이션), 연합전공으로 정보문화학을 하면서 법과는 아주 거리가 먼 상태로 살던 사람인데, 심지어 그 시절에 했던 동아리 마저도 영상을 만들거나, 문화산업경영학술동아리 정도만 했지 어떻게 구르고 봐도 법이랑은 거리가 너무도 멀었던 사람인데 왜 이것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아주 친밀한 지인들 중에서도 이미 법조계에서 일을 하는 친구에게도 이것을 시작했다는 말을 했을 때 놀라는 반응을 보이기는 했다. 대체로 직업 생활을 이어가면서 다른 공부를 한다는 것은 암묵적 의미의 진로변경 혹은 어떤 의미에서든 목적이 명확할 것으로 지레 짐작하기 마련이다.


또한 나이가 또 그렇다. 이미 오랜 기간 동안 공부를 이어했던 동창들은 아예 교수직을 시작하였거나, 법조계에서 지속하였으면 나름의 역할을 갖고 강의를 하는데, 오히려 이제와서 수업을 듣는 사람이 되는 것도 의아한 점이 너무 많다.


첫번째 이유. 업무 상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할 일이 현저히 많아졌다.


업을 이어가는 입장에서도 기획자가 다루어야할 범위 중 빈번하게 접하는 사항들이 있다. 결국 시스템을 설계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모든 작업이 문제없게 만드는 것은 개발자의 역할이지만, 컴퓨터가 다루는 영역 이외에 인간사회 영역에 대한 별별 요소들을 모두 찾고 정해야하는 게 기획업무였다. 오히려 사용자가 바로 사용하는 서비스를 다룰 때는 사용자에 대한 이해 (사용자 경험, 사용자의 취향, 혹은 어떤 이들의 편향성 등)가 중요했지만 점차 사업자 간을 다루는 부분이나, 다른 것들을 올려서 다루게 되는 플랫폼 영역으로 올수록 기업 간의 관계, 기업과 국가의 관계, 사용자 정보에 대한 보호 등의 토픽들이 업무에서 무엇인가를 판단할 때 아주 커다란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다. 일자무식인 상태에서 매번 기획서를 쓰고 법무 관련 협업파트너들에게 한줄씩 코멘트를 받았을 때의 난점이 있다. 한 번 해준 말을 쉽게 이해 못 하는 나 스스로도 답답하고, 상대방이 어떤 취지에서 그런 말을 했는 지 알아듣지 못하니 이후에도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 모양새가 싫었다. 당연히 배운 이후에도 프로세스 자체는 바뀌지 않았어도 서로에게 느낄 답답함을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필요했다.


두번째 이유. 무엇이 불리한 노동조건인가


재택근무와 회사출근에 대한 논의가 한창일 때, 회사출근을 강제하는 것에 대해 법리적 해석 상 이를 명확하게 재택근무보다 불리한 근로조건으로 볼 수 없다는 코멘트를 들었다. 사실 이 문장이 꽤 큰 영향이 있었다. 둘을 차등이 있다고 보는 입장에 자연스럽게 흡수되어있는 상태에서, 노사간 논쟁 시 근거가 되는 법령에 대한 해석이 이렇게 나온다면.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과 법적인 내용은 왜 다르지, 어떤 기준으로 인해 둘을 같게 본다는 것이 순수하게 궁금했다. 여전히 이 논의는 미궁인 상태다.


세번째 이유. 사람일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


회사 내에서도 조직이동하면서 업무가 변경될 때도 삶의 지평이 바뀌는데, 하다못해 부동산거래를 하거나 (아직은 내 집이 없지만) 옛날옛적 경력 긴 누군가가 말했던 공인중개사 시험을 보든, 짐작할 수 없는 누군가와의 분쟁이 있을 수도 있는 미래를 생각해보면 일자무식이 자랑은 아니니 알아두면 좋겠다 싶었다.



그렇게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들었던 과목이


헌법의 기초

민법총칙

형법총론

채권총론

상법기초

근로보호법


...

생각보다 과목 제목들이 살벌했다. 전공이 6개이고 선수강 과목 넘기고 1학기 개설과목으로 맞추다보니 이게 맞나 싶은 수준의 도전적인 신청에 이게 괜찮을까.

정말로?







매거진의 이전글 안녕, 그 두 번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