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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땡겨 박주명 Feb 28. 2023

특별한 캠핑 요리. 참돔 한 마리

캠핑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

캠핑만의 조용한 분위기와 생활의 불편함이 참 매력적이었다.


언젠가부터 점점 캠핑 인구도 많아지고 비싼 대형 캠핑장들이 마구 생기면서, 이게 캠핑을 하는 건지 텐트만 쳐놓은 놀이공원을 온 건지 모를 정도로 온갖 컨셉과 규모의 캠핑장들이 참 많아졌다. 더욱이 아이가 커가면서 놀이시설이 가득한 키즈 캠핑장만 찾다 보니 점점 캠핑이 싫어졌다.


그래서 나 홀로 다녀오는 솔로캠핑을 처음 다녀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들로 하루를 즐겼다.


오늘 소개하는 조금 특별한 캠핑 요리는 참돔 한 마리로 만들어 보는 회, 머리구이, 탕이다.


양평숲 비룡캠프장 진입로. 휘어진 나무가 인상적이다.

이곳은 양평숲 비룡캠프장이란 곳이다.

생애 첫 솔로캠핑을 이곳으로 정한 이유는 오지 산골에 위치하며, 아침 9시 입실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캠핑장 도착 2km 전부터 구불구불한 비포장 도로가 나오는데.. 

여긴 눈 좀 쌓이면 나오지도 못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ㅎㅎ



간단히 챙겨 온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짐이 많다.

아무래도 아직은 밤날씨가 춥다 보니 등유 난로 때문에 짐이 더 많아 보인다.



간단히 집을 짓고, 내부를 정리해 본다.



아침부터 생선 손질을 하기 시작했다.

캠핑장에 오기 전에 하남수산물시장에 들러서 참돔 한 마리를 사 왔다.

혼자 먹을 것이기 때문에 너무 큰 건 부담스러웠고 1kg가 조금 넘는 참돔을 비늘치고 내장만 제거해서 3만 원에 사 왔다.



이제 이 참돔 한 마리로 하루종일 먹어보자.
먼저 참돔 회.



먼저 뼈와 살을 분리한다.(흔히 석장 뜨기 또는 오로시 한다라고 한다)

이번에 새로 산 칼이 매우 잘 들어서 마음에 든다.



살들은 잘 발라낸 후 해동지(또는 키친 타월)로 잘 감싸주고, 비닐이나 지퍼백 따위로 공기와 차단되도록 해준다. 이 상태로 아이스박스에 잠시 숙성을 시키자.



머리는 구이를 해야 하니까 세로로 반 쪼개고, 몸통뼈들은 먹기 좋게 토막 낸다.

이때 데바 칼이 없으면 뼈 자르기가 쉽지 않으니, 자신 없으면 그냥 수산시장에서 해달라고 하는 게 좋겠다.



생선의 껍질을 살짝 익혀서 먹는 마츠가와를 하려고 한다.

껍질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순간적으로 익힌 후에 바로 얼음물에 넣어주어야 살이 익지 않는다.

얼음 구하기가 쉽지 않아 집에서 미리 얼음을 준비해 왔다.



얼음물에 담근 후 꺼낸 살은 최대한 물기가 없게 꼼꼼히 키친타월로 제거해 준다. 



드디어 아침부터 한잔 안 할 수 없는 참돔회가 완성되었다.

껍질이 어두운 부분이 등살이고, 하얀 부분이 뱃살이다. 개인적으로는 담백하고 쫄깃한 등살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참돔 회를 즐기고 나니 점심때가 되었다. 

평일이라 사람이 거의 없는 캠핑장을 한 바퀴 돌며, 장박텐트(겨울에 3개월 정도 고정비를 내고, 텐트를 고정으로 설치해 놓은 것)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후엔 낮잠도 자고, 영화도 한편 보면서 시간을 때운다.

그래.. 캠핑이 이래야지.






참돔 구이와 지리

늦은 오후. 해가 산을 넘어가니 급격하게 추워진다.

이제 난로를 피우고, 따뜻한 음식을 먹을 때다.



참돔 지리(맑은 탕)를 먹을 생각인데, 뼈만 넣어서 하는 게 아니라 살코기도 넣어서 만들어본다.

사실 참돔은 기름기가 많은 생선이라 매운탕이 그다지 맛있지는 않다.(너무 기름지다)

하지만, 참돔 머리는 따로 구이를 할 것이라 탕에 너무 건더기가 없을 것 같아서 몸통뼈와 살을 같이 넣기로 했다.



기본 재료는 집에서 미리 준비해 왔다.

무, 대파, 통마늘, 다시마 정도..

먼저 다시마를 넣고 한소끔 끓여서 국물을 낸다. 



그리고 무, 마늘, 대파와 참돔을 넣고 끓이면 끝이다.



머리구이 역시 간단하다. 반으로 자른 머리에 소금을 뿌리고 구웠다.

캠핑이니까 화로 숯불에 구웠으면 더 맛있었겠지만, 이 날은 너무 추워 화로를 쓰지 않기로 해서 전기 그릴에 구웠다.



이렇게  저녁 상이 완성되었다.

살코기가 들어간 탕이라 부드럽고 맛있다. 소금 간을 하지 않고 혼쯔유(가쓰오부시 간장)로 간을 해서 국물색이 좀 어둡지만 맛은 소금보다 나은 것 같다.



저녁을 마치고 마지막 남은 등살 한 덩이로 야간 술상을 차린다.



도시어부의 낚시 영상을 보며 마지막으로 즐기는 참돔 회.



하루종일 혼자 있으려니 좀 외롭기도 하고 이런저런 사람들이 많이 생각났지만, 다행히 휴대폰 통화 버튼을 누르지 않고 잘 참았다 ㅋㅋㅋ (하마터면 또 옛날 버릇 나올 뻔)


참돔 한 마리를 요리해 먹기 위해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며 바빴지만, 이런 것 마저 없으면 가뜩이나 혼자 심심한 캠핑이 더 심심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두 번 다신 안 할 것 같다. 너무 번거로워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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