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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땡겨 박주명 Oct 17. 2016

서민의 생선. 숭어

바다낚시를 하다 보면 수면 위에 큰 물고기들이 우르르 떼로 몰려다니는 걸 가끔 볼 수 있는데, 이 중 상당수는 숭어라는 물고기이다.

숭어를 흔히 서민 생선이라고 하는데 워낙 사이즈도 크고 떼로 다니기 때문에 한 번에 여러 마리를 잡을 수 있고 쉽게 잡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충남 태안에 좌대 낚시를 갔다. 좌대 낚시란 물 위에 떠 있는 시설에서 낚시하는 걸 말하는데 바다 좌대는 처음 가보았다.


조그만 집 한 채가 물 위에 떠 있는 민물 좌대만 가본 나에게 바다 좌대는 신세계였다. 족히 200명은 즐길 수 있을만한 엄청난 공간이 바다 가운데 떠 있고, 낚시하는 옆에서 고기도 구워 먹을 수 있어 가족 단위로 오는 사람도 많았다.


사실 이 날은 제철인 주꾸미 낚시를 하러 갔었다. 100마리쯤 잡아다가 집에 가져가서 데쳐 먹고, 볶음 해 먹고, 라면에 넣어 먹겠단 내 꿈은 낚시 10시간 동안 단 한 마리도 못 잡고 나서야 포기하게 됐다..

이렇게 낚시가 안 되는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10시간 동안 꽝이라니..


옆에서 엄청난 사이즈의 숭어를 연달아 낚는 것을 보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숭어 낚시로 전환한다.


(씻지를 못해서 얼굴은 가림)


그리고 연달아 3마리 획득. 숭어가 피 흘리는 건 좀 미안..

이후 저녁 내내 계속해서 숭어가 잡힌다. 어차피 잡아도 다 먹을 수 없는 양이라 대충 챔질로 떨구기도 하면서 그렇게 손맛을 즐긴다.


숭어는 보통 40~50센티는 기본이기 때문에 한두 마리만 잡아도 여러 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바다 위에서 회와 소주를 먹는 맛은 육지에서 그 어떤 비싼 회를 먹는 것보다도 맛있다.


다음날 아침에도 회를 떠서 또 먹는다.


회가 남아서 옆에서 자는 고양이한테도 몇 점 주고..

너무 많이 잡히는 숭어 덕에 별로 잡고 싶지도 않을 마음이 들 때쯤 철수했다.


철수할 때 남은 숭어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한 마리를 기포기로 살려서 집에 가져왔다.

꼬리 부분에 피멍이 좀 들었는데, 살림망에 너무 오래 가두어서 저항하다 보면 저렇게 된다.(왠지 미안..)


무침회로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았으나 이미 회에 질려서 김치찜을 하기로 했다.

레시피는 고등어 김치찜과 비슷하게 했다.


맛은?

그냥 쏘쏘..

조리법이 잘못되었는진 모르겠지만, 살 자체가 퍽퍽한 편이라 그다지 맛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서해의 숭어는 보통 뻘 위에서 살기 때문에 흙냄새 난다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또 숭어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에서 사는 기수어이기도 한데 이 때문에 민물에서도 종종 잡힌다.

개인적인 느낌일 수 있는데,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는 물고기들은 대개 깊은 맛이 떨어지는 것 같다.(송어가 대표적) 하지만 초고추장을 듬뿍 발라 쌈을 싸 먹거나 야채와 함께 무침으로 먹는 생선회 중에 쫄깃함으론 단연 으뜸으로 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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