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라도 서울을 벗어나고 싶었다. 왕복 8만원에 KTX 한 좌석을 꿰차 대구로 향했다. 스무 살 때, 내일로의 마지막 종착지로 스쳐지나간 그 곳.
코인노래방이 아닌, 동전노래방이란 이름에서부터 친근하면서도 편안한 지방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대구의 오락실에서는 아직 500원으로 할 수 있는게 참 많았다. 노래 3곡, 농구게임 한 판, 리듬게임 한 판. 심지어 어떤 게임기는 한 판에 300원. 2000년대에 멈춰버린 가격표가 오락실에 얽힌 추억들을 뭉게뭉게 불러일으켰다. 살아본적 없는 곳이건만 이 익숙하고도 아련한 감정은 무엇일까.
대프리카는 대프리카. 역에서 가까운 김광석 거리를 찾았다. 스피커를 통해 은은하게 들려오는 기타소리과 그의 목소리. 김광석 노랠 처음 들은게 언제였더라. 어떻게 듣게 됐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날 밤 베갯잇은 무척이나 촉촉했던 것 같다. 그가 조금 더 오래 살았더라면 좋았을까?
김광석 거리에 있는 카페, 괜스레. 나무느낌 물씬 나는 한옥 구조의 건물이 할머니 집을 떠오르게 했다. 할머니네 집에 있던 것 같은 아스팔트 마당, 거울, 나무 천장 등등. 대구에 와서 대구 생각은 안하고 마석의 오락실과 제천의 할머니 집을 떠올리다니.
오늘의 목적. 야구. 비가 올랑말랑 약을 올리더니 다행히도 경기는 무사히 봤다. 물론 엄청난 습도 속에서. 야구장 앞에서 맥주 한 컵 시원하게 들이키면 쉽게 행복해지는 야알못의 인증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