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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음 Apr 10. 2022

디테일과 습관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미니어처 라이프 서울' 전시회에서 얻은 인사이트

일본의 아트디렉터인 타나카타츠야는 인스타그램에서 매일 1 작품씩 올리는 부지런함으로 유명하다. 그의 손에서 탄생하는 작품은 신선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익숙하다. 바로 우리의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들이기 때문이다. 일회용 마스크, 휴대폰 등 일상 속에서 누구나 쉽게 접하지만, 그의 눈에는 특별한 렌즈라도 장착되어 있는지 전혀 다른 결과물로 재탄생한다.




그의 국내 최초 전시가 여의도 MPX 갤러리에서 개최되었다. 사실 전시가 시작되던 때부터 갈까 말까 고민만 했다. 그러다, 2회 연장까지 성황리에 마무리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친한 지인이 전시회 마지막 날에 맞춰 방문할 예정이라는 소리를 듣고, '이번에 아니면 한국에서 못 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얼른 티켓을 구매했다.









귀여운 비주얼과 심도 있는 의미



작가의 발상도 신선했지만 각 작품에 붙인 제목을 보고 더 많이 놀랐다. 단순히 '귀엽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여기서 이런 언어유희를 한다고? 이게 이런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싶었던 순간이 계속되었다. 그야말로 '와우 포인트'의 향연인 것이다. 대표적으로, 높은 음자리표를 악기 삼아 연주하는 작품의 제목은 I can't do it alone(=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즉, 높은 음자리표만으로는 음악이 연주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처럼 자그마한 미니어처에 우리의 거대한 세상을 담아냈기에 사람들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것이다.


카피라이팅에 관심이 많다 보니 지나치는 짧은 순간에 시선을 붙들거나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을 보면 희열을 느낀다. 미니어처 라이프 서울전에서는 이러한 희열이 몇 걸음 간격으로 꾸준히 반복되었다.


아이들의 동화를 읽다 보면 오히려 어른인 내가 위로받을 때가 있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개념이 생긴 것처럼 세대를 초월하여 누군가에게 힐링을 선사하고 깨달음을 얻게 하는 데는 특별한 제한이 없다. 고정관념이 한 꺼풀 벗겨지고, 오랜 시간 잊고 있던 순수한 시선을 마주하는 것이다.






결국은 아이디어 기록, 평소의 습관


작가는 아이디어를 스마트폰 어플에 빠짐없이 메모한다고 한다. 그가 매일 작품을 업로드하는 원천인 것이다. 일상 속 영감을 살짝만 비틀어 살펴보면 세상의 모든 건 작품의 재료가 된다. 멀리서 찾지 말고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것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어떨까? 전시의 부제가 '다시 보는 세상'인 이유는 이와 일맥상통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꾸준히' 지속하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금 체감할 수 있었다. 물론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도를 하는 것 자체에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시작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한 일을 꾸준히 반복하고, 개선하고, 다듬어나가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일회성보다는 일상에서 지속하는 과정에서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타나카타츠야 또한 귀여운 미니어처 작품 이상으로 극찬을 받는 요소 중 하나가 '매일' 작품을 올려서라고 할 수 있다.










전시를 기념하며 도록을 사려고 했으나 대부분의 굿즈가 품절되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점이 단 하나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전시 직후 작성한 메모장의 끄적임과 찍어두었던 사진이 이렇게 또 다른 콘텐츠로 재탄생했으니 이 또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라는 말이 있다. 타나카타츠야는 자신이 잘 아는 콘셉트(미니어처)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디테일을 조화롭게 섞어 작품으로 완성했다. 그리고 그 일련의 창작 활동을 매일 해낸다. 이제는 그의 하루 루틴이자 삶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마침 부산에서도 6월 6일까지 그의 전시가 개최된다고 한다. 혹시 미니어처라이프 서울전을 놓쳤거나, 그 때의 생생함을 다시금 느끼고 싶다면 가보길 추천한다. 기회가 된다면 부산에서만 공개하는 작품을 보러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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