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성로 변화에 대한 유감(有感)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은 어려울까?

by Dr Jang

북성로는 역사 변화에 의해 어쩌다 생겨난 동네이다. 대구 읍성의 북쪽을 허물고 난 후 공간에 신작로를 만들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발달한 지역인 것이다. 일제시대에는 대구역을 끼고 발달한 상업지역의 모습이 있었고 해방 후에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여러 물품과 공장이 모여드는 장소이기도 했다. 북성로는 대구백화점이 동성로로 이동하면서 상권이 변화하기 전까지 대구 중심 상업지인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 북성로 입구의 모습을 1930년대 사진과 비교하면 놀랄 만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북성로의 모습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 문화, 역사적으로 많은 의미를 읽을 수 있는 좋은 텍스트의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북성로는 현재 우리 사회의 흐름 중에 하나인 도시 재생의 좋은 본보기로 볼 수 있다. 과거 북성로 지역은 접근하기가 꺼려지는 슬럼가였다. 다른 지역의 도심과 마찬가지로 쇠퇴한 지역의 전형적인 모습을 북성로는 보여줬다. 그런 북성로가 도심 재생, 특히 대구 중구의 근대골목 관광 열풍과 함께 또 다른 근대역사를 품고 있는 지역으로 이미지 쇄신을 했다. 여러 가지 상점이 생기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며 도심 관광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도시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그러다 보니 도심은 특히 많은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러한 이야기는 대구의 중심지였던 북성로 곳곳에는 더욱 많이 겹겹이 쌓여 있다. 쌓인 이야기는 물리적 장소에 기반하여 존재한다. 그 장소가 있어야 이야기는 힘을 받고 견고하게 이어져 내려올 수 있는 것이다. 별거 아닌 장소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거기에 이야기가 힘을 가지고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소라는 물리적인 존재가 변화해 버리면 이야기는 힘을 잃는다. 삼성상회라는 원본이 훼손된 장소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분명하게 봤다. 원본의 훼손은 이야기의 힘을 잃게 하여 결국에는 그저 그런 복제품 수준으로 떨어뜨리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이야기는 결국 사라져 버리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북성로 재개발 현장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수많은 이야기가 묻어 있던 여러 장소와 건물들이 변해있었다. 장소가 같아도 건물들이 사라지니 의미가 퇴색된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철저히 외부자의 시선일 수 있다. 생각해 보면 활력을 잃은 구도심은 낡았고 살기에 불편하다. 우범지대가 될 수도 있고 나쁜 주거여건으로 인해 주민들이 고통을 받을 수도 있다. 내 경험으로도 북성로 지역은 밤에 가기가 꺼려지던 곳이었다. 그러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편의와 삶의 질을 생각하지 못한 보존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결국 어떠한 보존은 사람을 가운데 두고 생각해 봐야 한다. 거기에 역사성, 문화적인 측면, 환경적 혹은 경제적인 측면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한 가지 측면만 본다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어려워지게 된다.


지속가능발전이란 거창하거나 위대한 개념은 아니다. 단순하게 보자면 문제를 볼 때 여러 측면을 모두 고려하자는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 북성로 재개발은 인문·사회적인 의미의 소멸과 함께 기존 주민들의 불편함을 해결하지 못하고 그저 유행을 좇아 관광지역으로 명명한 우리들의 책임이 크다. 주민들의 불편 개선과 경제적인 이익 증대, 지역의 역사와 문화의 상징으로 함께 만들어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을 생각했어야 했다.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것과 별개로 주민들이 그들의 이익을 좇아 행동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비난할 수는 없다. 좀 더 지속가능한 지역 역사문화 발전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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