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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새롬 Oct 05. 2018

석양

잡다한 상념의 서랍

타오르던 해의 몸이

순식간에 붉게 식어갔다


생명을 잃은 것처럼

자꾸만 옆으로 기울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지워지고 있었다


삶의 흔적이 사라진

오랜 유적에 걸터앉아

사람들은 그의 죽음이

아름답다 말했다


아름다움은 모두

그렇다고 말했다


텅 빈 구름 사이로

쓸쓸하게 몸을 누이던

해의 붉은 잔상이

오래도록 나를 물들였다


저녁나절의 볕이 닿은

조그마한 물 방울들이

그렇게 나를 타고 흘렀다


아주 오지 않을 시간의 뒤편

오늘도 생이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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