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상념의 서랍
타오르던 해의 몸이
순식간에 붉게 식어갔다
생명을 잃은 것처럼
자꾸만 옆으로 기울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지워지고 있었다
삶의 흔적이 사라진
오랜 유적에 걸터앉아
사람들은 그의 죽음이
아름답다 말했다
아름다움은 모두
그렇다고 말했다
텅 빈 구름 사이로
쓸쓸하게 몸을 누이던
해의 붉은 잔상이
오래도록 나를 물들였다
저녁나절의 볕이 닿은
조그마한 물 방울들이
그렇게 나를 타고 흘렀다
아주 오지 않을 시간의 뒤편
오늘도 생이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