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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새롬 Jan 11. 2018

#105.즐거운 다합 생활기

보통 남녀의 365일 세계여행 기록

#이집트 #다합 #다합병말기

#가족 #추석 #체육대회 #시나이산

#2017년9월19일~10월9일


<주인도 없이 하루 종일 떼지어 다니는 다합 염소떼.>

 여행자들의 블랙홀. 이 별칭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이집트 다합은 개미지옥처럼 사람을 끌어당기는 엄청난 매력을 소유한 도시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에 오자마자 눌러앉을 집을 구하게 된다. 혼자여서 부담이라면 룸메이트를 구해 함께 살면 되는데 방 두 개, 넓은 거실, 욕조가 딸린 화장실이 있는 집이 한 달에 25만 원~30만 원 선이다. 집이 생기면 그다음은 자연스럽게 새롭게 꾸려진 가족과 함께 맛있는 한식도 해 먹고 스노쿨도 하고 다이빙도 다니며 정을 쌓게 된다. 그러다 한 달 뒤 더러는 비자를 연장하고, 더러는 다합을 떠나는 티켓을 찢어 버리기도 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저렴한 물가와 견고하게 형성된 한인 커뮤니티 그리고 지루할 틈 없는 물놀이로 인해 나날이 깊어져만 간다는 '다합병'인 것이다.

<잔디 정원이 딸린 하얀 집 이층에 입주 완료.>

 당연히 다합에 막 도착한 우리에게도 이 병의 전초 증상이 충실하게 나타났다. 눈 깜짝할 사이 두 명의 룸메이트가 생겼으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들과 방 두 개짜리 넓고 깨끗한 집에 입주가 끝났다. 집세는 한 달에 4800파운드(약 30만 원). 이렇게 1인당 1200파운드(약 75,000원)로 한 달간 편히 머물 공간을 마련하고 나면 슬슬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갈 준비를 시작하는 다합병.

<이름도 성격도 모두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가족이 되었다.>

 병이 깊어가는 과정에 박차를 가한 요소는 바로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었다. 우리 가족은 총 넷으로 나와 남편 그리고 ROTC 해군 장교 복무를 갓 마치고 여행을 떠나온 지현이와 휴학 중인 건축학도 준승이었다. 네 사람이 각자의 짐을 들고 새롭게 얻은 보금자리에 들어선 날 우리는 다 같이 '아쌀라 마켓'이라 불리는 시장으로 향했다. 앞으로 함께 먹을 각종 식료품들과 생필품을 사기 위해서였다. 다합은 집이 아무리 좋아도 수도에서 소금물이 나오거나 녹물이 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요리할 때 사용할 식수도 넉넉히 구비해야 했다. 1kg당  30파운드(약 2,000원)하는 잘 익은 제철 망고도 잔뜩 사고 간단히 먹을 시리얼과 라면도 바리바리 챙겼다.

<단란하긴 한데 다이빙 강습으로 인한 피로함은 가릴 수가 없다.>

 그러고 나니 집까지 도저히 들고 갈 수 없는 지경이 되어 근처에 서있던 택시 한 대를 섭외했다. 다합의 택시는 트럭처럼 생겼는데 마을을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보통 2인 10파운드(약 650원)면 어디든 갈 수 있다. 물건들을 싣고 빈자리를 찾아 엉덩이를 붙이니 거친 소리와 함께 트럭에 시동이 걸렸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네 명의 여행자는 트럭 뒷자리에 앉아 보기만 해도 마음 따듯해지는 식량을 붙잡고 다합의 밤바람을 맞이했다. 바람은 생경한 이집트의 풍경을 스쳐 네 사람의 마음을 고루 어루만졌다. 그리고 그날 이후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다합에서 즐긴 한식 만찬들.>

 우리는 매일 시장에서 사 온 재료로 한식을 만들어 먹었다. 닭볶음탕부터 시작해 제육볶음, 오징어 덮밥, 소불고기, 비빔면, 소고기 볶음밥, 부대찌개까지 저녁마다 과식을 조장하는 군침도는 메뉴들이 식탁에 올랐다. 지현와 준승이는 정말 정말 밥을 잘 먹었다. 그리고 많이 먹었다. 그래서 양 조절에 실패해도 음식은 언제나 모두 사라지곤 했다. 요리를 한 사람으로서 참 보란찬 대목이었다.        

<은혜로운 떡볶이와 허니콤보 치킨의 눈부신 자태.>

 어느 날은 처음 다합에 왔을 때 알게 된 세현&용준 커플이 사는 집에 초대를 받아 놀러 가기도 했다. 다합에서 많이들 마신다는 양주 두 병에 과자와 음료수를 사들고 찾아가니 집 주인들은 무려 떡볶이와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허니콤보 치킨 그리고 하이라이스를 내주었다. 떡볶이는 언제나 맛있는 메뉴인데 외국에서 먹으면 오천 배는 더 맛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고 대충 자리를 정돈한 뒤부터는 이 집에 며칠간 얹혀 지내고 있던 병준 씨의 주도로 '희중이의 세계일주'라는 게임이 시작되었다.

<여보세요 나야~ 거기 잘 지내니♪.>

 '희중이의 세계일주'는 다합병에 술병을 더해주는 게임으로 이곳에서 언제부터 살고 있었는지 모를 만큼 장기 거주 중인 김희중 님이 최초로 유포한 것이라고 했다. 만약 최초 유포자의 이름을 빼고 그냥 '세계일주'라 명명한 뒤 게임을 진행하면 김희중 님께 큰 보복을 당한다는 재미있는 소문도 있다. 무튼 이 게임은 규칙이 간단한 데다 재미있어서 친목 도모에 굉장히 좋았다. 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많은 술을 먹게 된다는 크나큰 단점도 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술을 안 마신 나를 제외한 우리 집 식구들은 모두 만취 상태가 되었다. 집에 가는 길 준승이는 끝임 없이 달리기를 했고 남편과 지현이는 귀 옆에 손을 대고 보디가드 흉내를 냈다. 정말이지 혼자 보기 아까운 만취의 밤이었다.

<수영을 1도 못해도 다합에서만큼은 내가 바로 조오련.>

 약속도 없고 다이빙도 안 하는 날은 '라이트 하우스'나 '일가든'에 가서 스노클링을 했다. 시장에서 산 60파운드(약 4,000원)짜리 스노클링 장비를 차고 홍해에 들어가면 언제나 각종 열대어와 산호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홍해는 염도가 높아 부력이 큰 바다로 나 같이 수영을 못하는 사람도 둥둥 떠서 여유롭게 바닷속 세상을 구경할 수 있다. 남편과 룸메이트들은 원래부터 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한 숨에 깊은 곳까지 잠수했다 돌아오는 프리 다이빙을 연습하곤 했는데 지현이는 10m까지 거뜬하게 들어갔다 나왔다. 대단하다. 짝짝짝.

<다합에도 어김없이 보름달이 떴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철저히 느릿하게 살던 어느 날 다합에도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찾아왔다. 물론 이집트 사람들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날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성수기 비수기를 떠나 체류하는 한국인의 수가 언제나 100명 안팎으로 유지된다는 신비로운 마을 다합이 아닌가. 그 명성답게 슬금슬금 동태전과 송편이 그리워지던 추석 언저리쯤 카카오톡 다합 단톡 방에 흥미로운 공지 하나가 올라왔다.


'제1회 다합 한국인 체육대회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다합에 있지만 서로 인사 한번 나눠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한가위를 맞아 함께 운동회를 하며 친목을 다져보자는 취지에서였다. 나는 한국인들의 이 끈끈한 집단의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 만 같은 예감이 들어 냉큼 참가 신청을 했다.

<이집트에서 추석을 보내며 먹는 송편의 맛이란.>

 10월 4일 저녁 6시 반. 인조 잔디가 깔린 동네 풋살장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림잡아 60명 정도가 모였는데, 그중 어떤 분은 직접 믹서로 쌀을 갈아 빚은 송편을 나누어 주기도 하셨다. 이집트에서 추석에 송편을 먹게 될 줄이야. 윤기가 흐르는 따듯한 송편을 한입 베어 무니 설탕물이 왈칵 흘러나왔다. 입안을 가득 메운 추석의 맛은 어깨를 타고 마음에 닿아 나도 모르는 사이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제1회 추석맞이 다합 체육대회. 힙한 3조 단체 사진.>

 잠시 후 사회자의 진행이 시작되었고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이 속한 조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체육대회 종목은 단체 줄넘기, 맥주 빨리 마시기, OX퀴즈, 림보, 커플 피구 등이었는데 사람이 많아서인지 예상보다 진행이 더뎠다. 그래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인사도 하고 오랜만에 어릴 적에나 하던 운동들을 한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머나먼 이집트라는 나라에서 추석을 맞아 한국인들과 체육대회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는 참 특별했다. 여행이 언제나 기분 좋은 우연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종류의 사건들은 언제나 대환영이다.

<지현이의 청소와 준승이의 쏘야. 그리고 나의 닭볶음탕과 남편의 콘치즈.>

 추석 다음날은 저번에 떡볶이를 대접해 주었던 세현이네 커플과 병준 씨를 초대해 같이 밥도 먹고 윷놀이도 했다. 한국을 떠나오기 전 여행길에서 만나게 될 외국인 여행자들과 하려고 작게 제작된 윷놀이 세트를 챙겼었는데 추석을 맞아 다합에서 요긴하게 쓰게 된 것이다. 결국 외국인 친구들과는 한판도 못했지만 말이다.

<윷놀이판에서 식스센스 이후 가장 쎈 반전을 맛보게 될 줄이야.>

 처음에는 그냥 가볍게 한판만 하지 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이 윷놀이라는 것이 원래 뒤집고 또 뒤집히는 반전 드라마 같은 극적인 게임이지 않은가. 결국 추석맞이 윷놀이는 팀별로 50파운드(약 3,300원)씩을 거는 내기로 확장되었고, 대략 2시간 뒤 세현이네 커플이 부자가 되는 스토리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돈은 잃었지만 간만에 긴장감 넘치는 승부를 맛볼 수 있었다.   

<다합의 밤 풍경.>

 저렴한 물가와 넘쳐나는 먹거리 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무엇을 하면 놀까만 걱정하며 지내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떠나야 할 날 언저리에 흘쩍 우리를 데려다 놓았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 가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더 열심히 놀자! 결심이 확고해진 만큼 곧바로 다합 곳곳에 자리 잡은 여행사들을 돌아다니며 '시나이산 투어' 가격을 흥정했다. 시나이산은 하나님께 선택받은 모세라는 인물이 십계명을 받았던 장소로 알려진 곳인데, 교회에 다니는 우리로서는 성경에 나오는 곳에 직접 가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분위기 좋은 바닷가 카페들을 지나 여행사 가는 길.>

 지현이와 준승이까지 합세해 가족 모두가 투어를 하기로 한 날 저녁 7시쯤 여행사 앞으로 향했다. 준비된 차량에 올라 졸며 깨며 3시간을 달려 드디어 도착한 시나이산은 낮보다 더 환하게 내리비치는 달빛 아래 나무 한 그루 없이 황량한 자신의 맨몸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는 꿈 꾸듯 구름을 밟는 기분으로 가이드의 뒤를 따라 한걸음 한걸음 시나이산을 향해 다가갔다.

<달빛 아래 시나이산의 신비로운 모습.>

 산길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험해졌다. 숨을 좀 돌리려고 걸음을 멈추었더니 돈 받고 정상 근처까지 사람들을 태워다 주는 낙타가 푸르르 코를 풀며 내 옆을 지나갔다. '그래 먼저 가라' 하고 길을 비켜주자 이번에는 내 앞에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똥 한 무더기를 싸놓는다. 그렇게 낙타와 낙타 똥을 피해 열심히 걷다 보니 저 멀리 흐릿한 등불 하나가 보였다. 작은 매점이었다. 먼저 올라온 사람들과 낙타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곳에서 우리도 자리를 잡고 앉아 물과 초코바를 먹었다.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던 이집트의 밤하늘.>

 그 뒤로도 대략 3시간 정도 길고 힘든 산행이 계속되었다. 나는 지칠 때마다 거친 산의 윤곽이 별과 어둠으로 가득한 밤하늘에 그려 넣은 경계를 바라보며 숨을 돌렸다. 그리고 달 아래 가장 밝게 빛나는 산봉우리를 향해 다시금 발을 옮겼다.

<따듯하고 맛있는 매점 코코아 만세.>

 정상 아래 마지막 매점이 나타나자 가이드는 이곳에서 해가 뜰 때까지 잠시 쉬라고 했다. 우리는 차가운 새벽 산바람을 피하기 위해 매점 옆 간이 의자에 앉았다. 낡은 나무 의자에 네 사람이 옹기종기 붙어 앉아 가져온 몇 안 되는 옷가지를 덮고 서로의 체온을 지켰다. 아마 매점에서 사 온 따듯한 코코아를 마시며 소소한 농담들이 오고 가던 그날 밤 그렇게 우리는 진짜 가족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어둠 속에서 붉게 태어나는 시나이산의 아침.>

 새벽 5시. 기다리던 일출을 보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정상까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잠시 후 사막 한가운데 우뚝 솟은 산맥 위로 붉은 태양이 맹렬히 떠올랐다. 눈 앞에 펼쳐진 황홀한 풍경은 간밤의 추위와 기다림에 대한 보상으로 충분했다. 아름답다 못해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한 시나이산의 아침은 자연스럽게 성경 속 모세의 이야기로 연결되었고, 우리는 잠시 할 말을 잃은 채 서서히 진행되는 자연의 변화를 감상했다. 시나이산은 신의 강력한 계시를 뒷받침하기에 너무나도 좋은 장소였고 모든 것이 완벽했다.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시나이산 등반.>

 해가 완전히 떠오르자 슬슬 미뤄두었던 피로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우리는 천천히 발을 돌려 산을 내려왔다. 올라가는 것만큼 길고 고된 과정이었다. 하지만 해 아래 시나이산은 달 아래 그것과 또 다른 매력으로 가득했다. 캐러멜 빛의 돌산 사이로 난 오솔길들은 여행자의 모험심을 자극했고, 삼삼오오 무리 지어 앉은 낙타들은 사라진 줄만 알았던 순수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렇게 출발지점까지 3시간 남짓 걸어 내려와 초입에 있던 수도원을 간단히 구경한 뒤 우리를 태우고 갈 버스에 올랐다.

<풀한포기 없는 시나이산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낙타.>

 다시 눈에 익숙한 다합으로 돌아오자 우리는 며칠 남지 않은 마지막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사실 우리도 다합병 말기에 얼추 가까워졌던 상태인지라 카이로의 피라미드 구경을 포기하고 이곳에서의 생활을 조금 더 연장할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행을 해본 결과 언제나 내일은 어제보다 나았고 즐거웠으며 새로웠다. 그래서 3주간의 생활에 과감히 마침표를 찍기로 결정을 한 뒤 카이로행 밤 버스를 예약했다.

<펄렁 바지 핏팅 시간.>

 우리가 지내던 방은 다합에 거주 중인 다른 여행자에게 약간의 돈을 받고 양도했다. 지현이와 준승이는 룸메이트가 바뀐다는 것과 우리가 떠난다는 사실에 굉장히 아쉬워했다. 우리도 아쉽고 섭섭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질 좋은 이집트 펄렁 바지 두 장과 직접 쓴 카드를 준비해 떠난기 전날 밤 아이들에게 '오다 주웠다'며 무심한 듯 시크하게 던져 주었다. 아이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얼굴로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들도 소소하게 준비한 것이 있다며 이집트 국기 색이 들어간 팔찌 하나씩을 우리 팔목에 채워주었다. 나중에 남미에서 다시 만날 때 자신들을 모른 채 할까 봐 채워두는 것이라고 했다. 치밀하고 따듯한 것들이다 정말.

<치밀한 녀석들이 채워준 예쁜 덫.>

 그렇게 이별의 의식을 마친 뒤 떠나는 날 저녁 그간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과 마지막 만찬을 즐기기 위해 선게스트하우스 한식집에 모였다. 우리가 그다지 챙겨준 일도 없건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와주었다. 우리 가족 지현이와 준승이부터 다합 샴엘쉐이크 공항에서 만나 인연이 된 세현이와 용준이 커플, 알게 된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말이 너무 잘 통해서 소울 메이트 같은 지영언니와 범진 씨 커플 그리고 보트 다이빙 나갔다가 만난 예쁜 나연 언니까지. 그날 모인 모두는 다 같이 맛있는 것을 나누어 먹으며 한국에서의 재회를 기약했다.

<마지막 만찬을 함께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

 이제 우리는 따듯하고 좋은 사람들이 가득했던 다합을 떠나 대도시 카이로로 향한다. 떠남의 시간은 언제나 괴롭고 아쉽지만 우리에겐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여행이 있기에 천천히 발길을 옮겨본다. 지난 8개월간의 세계여행에 짙은 흔적으로 남은 다합. 그리움으로 전이된 나의 다합병은 다시 이곳으로 돌아 올 그날에야 비로소 나아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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