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부류의 신인류가 나타나지 않을까?
삶이 지루해서 자살해 버리는 인간
삶을 즐기며 소모하는 유희적 인간
먼 미래의 일이겠지만, 아니. 어쩌면 그리 먼 미래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스마트폰이 세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의외로 삶은 순식간에 변하니까.
지금만 하더라도 AI가 인간의 영역을 조금씩 빼앗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AI는 인간보다 우월하다는 건 증명됐고, 전문가들은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그만큼 AI의 발전 속도가 빠르고 그에 따른 위험성이 크다는 얘기지만
좋든, 싫든 AI는 계속해서 발전할 거고 그렇게 되면 끝내 인간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일은 AI 로봇이 하고 인간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
그런 시대가 인류에게 과연 좋기만 할까?
그런 시대에도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분명히 존재할 테지만, 정말 극도로 제한적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AI 문명이 우리에게 편함을 넘어 나태함을 줄지도 모른다는 거다.
과거엔 빨래를 하기 위해 강가에 나가 여름이면 땀을 뻘뻘 흘리고 겨울이면 손을 호호 불어가며 방망이질을 해야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물론, 여전히 그렇게 빨래를 하는 나라도 있지만...
하여간, 문명의 발전으로 인간은 고된 노동과 수고를 덜고 편함을 얻었지만, AI는 그 이상의 어쩌면 나태함을 줄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대다수가 일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 또한 출근하면 퇴근을 생각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인류이긴 하지만,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일이 하고 싶어진다. 돈이 있는데도 그런 생각이 드는 거 보면 노는 것도 힘들다는 말이 맞는 말 같다. 특히,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도 나이가 들어 몸이 쑤신다고 하시면서도 집에 가만히 있으면 좀이 쑤신다고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 걸 보면 일이라는 게 단순히 생존을 위한 행동은 아닌 것 같다.
물론, 평생 일만 해서 늙어서도 그 일을 놓지 못한다고 짠해 하는 자식들도 있지만 일을 하지 않는 노인의 노화는 급속도로 진행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걸 보면 인간은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은 하지만 실은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츤데레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여간, 이 일을 빼앗긴 인류는 과거 단발령을 당했던 것처럼 차라리 목을 잘라 버리는 인간이 나올지도 모르고 바뀐 세상을 즐기며 소모하는 인간이 나올 수도 있을 거다.
그렇다면 후자가 시대에 더 잘 적응한 신인류가 되는 걸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삶이 단순히 즐기며 소모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이 마냥 즐거울까? 요즘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쇼펜하우어 고통이 우릴 살게 한다고 했는데 그 고통이 사라지면 인간은 과연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삶이 평탄하고 순탄하면 그냥 그런대로 잘 살아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