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늘 죽음처럼 밀려온다.
그래서 그런지 잠이라는 게 죽음의 연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내 존재가 완벽히 지워진다.
이렇게 생각하면 헤아릴 수 없는 공포가 밀려온다.
어쩌면 불멸한 신이 필멸한 인간이 가질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라고 주신 게 잠일지도 모르겠다.
신은 자신의 형상을 따라 인간을 만들었다는데 불멸이 아닌 필멸로 만든 이유를 생각해 본다.
전지전능한 신이 가지지 못한 유일한 것이 망각과 죽음이라 그것을 인간에게 선물한 게 아닐까?
우리가 우리에게 없는 것을 갈망하듯 신 또한 그러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그렇지만 망각과 죽음이 신이 주신 선물, 혹은 축복이라고 하기엔 그것이 주는 고통과 슬픔이 너무 크다.
죽음과 망각 그리고 잠.
이 세 가지는 묘하게 사라짐과 맞물려 있다.
모니터 화면에 전기가 끊기는 것처럼 모두 존재가 사라진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죽음은 타인에게서 망각은 타인을 잠은 나 자신의 존재가 잠시지만 사라진다.
꼭 죽음만이 죽음이 아니라 망각, 잠도 죽음의 일종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자살 또한 대단한 권능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신은… 어쩌면 죽음을 원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그와 비슷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 세상은 신이 있다고 믿기에 너무나 가혹하고 빈틈없이 불행하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라는 이 행성이 신이 가진 무수히 많은 관상용 어항 중 하나에 불과하거나 유기한 반려동물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서러울 때가 있다.
차라리 신이 그토록 원하던 자살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면 조금 덜 슬플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