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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규현 Jun 07. 2016

15년 만에 선생님께 연락한 제자

15년을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를 받아주신 선생님

고등학생 때 알게 된 선생님께 15년 만에 연락했다.

교육청을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근무 중인 학교까지 확인하였지만 개별 연락처를 알 수 없었다. 15년 만에 연락을 드리는 것이다 보니, 무작정 교무실로 전화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전화드렸는데, 자리에 없으시면 내 이름만 남기는 게 두려웠다고 해야 할까? 


나를 기억하지 못하시면 어떡하지? 내 이름을 보고 누구인지 고민에 빠지시는 건 아닐까?

라는 고민들을 하게 되었다. 문득, 페이스북이 생각났다. 10분 만에 선생님의 페이스북을 찾을 수 있었다. (진작에 찾아볼걸, 바보같이...) 친구 신청을 하고 메시지를 보내고 1일 뒤 답장이 왔다. 선생님의 연락처를 핸드폰에 저장하고, 퇴근길에 전화드렸다.


전화 너머로, "창문 열어라"라는 소리부터 들렸다.

학생들 자율학습을 지도하고 계시는 중이셨다. 여전히 나를 기억하고 계셨고, 언제 볼 수 있는지부터 물으셨다. 선생님의 근무지와 나의 근무지 간의 거리가 멀어, 추후 만날 것을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짧은 통화였지만, 15년을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반겨주셨다.


고3 여름방학 때 영어 보충수업을 3주간 받으면서 인연을 맺게 된 선생님이다. 학생주임 담당 선생님이셔서 항상 교문에서 뵈었던 선생님이시다. 나는 항상 8시 50분에 교문을 통과하는 지각생이었다. 3학년이라서, 교문 청소만 하면 대충 교실로 들여보내 줬다. 교문에 내 전용 빗자루가 있을 정도로 소문난 지각생이었다. 같은 반 친구들은, 내가 교실에 들어오면 1교시가 곧 시작되는 걸로 알고 있었다.


3주간 수업을 받았던 학생, 그리고 지독한 지각생으로 알고 계셨다. 그런데 수능이 끝나고, 소고기와 소주를 사주셨다. 왜 그러셨는지 항상 궁금했다. 궁금했지만, 성공한 다음 찾아뵙고 묻고 싶었다. 성공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결혼하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되니 선생님이 보고 싶어 졌다. 내게 저녁을 왜 사주셨는지 궁금함보다,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선생님께 묻고 싶은 것도 있다.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이 분명 있다. 나는 30대 중반이 되어서도, 고등학생 때 선생님께 가르침을 원하고 있다.


선생님은 그런 존재인 것 같다. 늘 답을 주실 것 같고, 답을 찾으면 칭찬을 해주시는 존재.

학생때는 공부를 잘하고 있는지 묻고 싶고, 성적으로 칭찬받고 싶었던 분.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제자가 잘 살고 있는지 당신께 묻고 싶으면서, 잘 살고 있다 칭찬의 말을 듣고 싶은 분.


2개월 뒤, 뵐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선생님이 원하는 제자가 되어 있는 걸까? 대학 4학년 때 회사의 최종 면접일을 기다리던 느낌과 같다. 설레면서 두근거린다. 15년 전 철없던 나의 모습이 창피하기도 하고, 지금의 내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실지... 선생님께 바라는 것 없이, 그냥 잘 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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