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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규현 Mar 14. 2019

글 짓는 이에게  집 짓기를 맡겼다.

화려한 말솜씨보다 진심이 묻어나는 글을 믿기로 했다.

아내의 꿈 찾아주고 백수 되고픈 남편의 기획 노트입니다. 아꼼은 아내의 애칭입니다.


아꼼의 스튜디오와 집을 짓기 위해서는 건축 설계를 맡겨야만 했다. 아꼼의 꿈을 실행에 옮길 때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건축가가 있었다. 책도 출간하고, 방송에도 출연하고, 팟캐스트도 운영하던 건축가였다.


그 건축가와의 첫 만남에 나는 설레고 긴장되었다. 미팅이 끝나고 너무 큰 실망을 한 채 집에 돌아와야만 했다. 책을 읽으며, 방송을 들으며 느꼈던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동안 기록해놓았던 메모들을 미리 보냈음에도 아무런 준비 없이 A4용지 한 장에 몇 층까지 지을 수 있는지, 그리고 대출 가능한지에 대해서만 설명받았다. 내가 그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시간은 1시간이 넘지만, 상담은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글과 방송은, 화려하게 포장된 거였구나!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날의 감정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작가들의 글을 읽고, 출판사를 많이 만났던 나인데, 화려하게 꾸며진 글과 혹하게 만드는 말솜씨에 담긴 진심은 보지 못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며칠 뒤 또 다른 건축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렵게 찾은 건축가도 글 쓰는 사람이었고 방송에도 출연한 사람이라 나는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첫 전화상담부터 미팅까지 마음에 들었다. 글에서 느껴지는 진심이, 오프라인 만남에서도 그대로 느껴졌다. 언행일치를 행하는 건축가라 생각되었다. 계약하고 싶었지만, 설계와 공사 수주 한계가 있어 계약을 하지 못했다.


나는 또 건축가를 찾기 시작했다. 마음에 드는 건축가를 찾았고, 미팅을 하였다. 첫 만남부터 마음에 들었다. 이런 표현이 실례일 수도 있지만, 그 건축가는 일에 찌든 모습으로 나를 맞이해주었다. 그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집에 돌아와 명함에 있는 정보로 이것저것 검색을 하다 보니, 그 건축가도 글을 쓰고 있었다. 독서모임도 하고, 비평 투고도 하는 분이셨다. 책도 준비하고 있었다. 사무실에서의 꾸밈없는 모습, 그리고 글에서 보이는 건축가의 고집을 보고 계약을 결정하게 되었다.


건축 설계사와 3시간 넘게 미팅했던 기록


글 쓰는 이에게 우리의 꿈이 담긴 집 짓기를 맡겼다.


아꼼의 꿈과 우리 가족의 따뜻한 집을 만들어줄 이를 선택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다. 우리의 마음을 잘 이해해주는 건축사를 찾고 싶었고, 나는 그걸 확인할 방법이 대화와 글 밖에 없었다. 그들의 글을 몇 번씩 다시 읽어보고, 어떤 상황에서 이런 글을 썼는지를 열심히 상상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뒤에 감춰진 상황을 파악하는 건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어려운 선택이었고, 가장 잘한 결정이었다. 나는 그렇게 글을 짓는 사람에게 집 짓기를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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