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5년, 기다림 4개월
아내의 꿈 찾아주고 백수 되고픈 남편의 기획 노트입니다. 아꼼은 아내의 애칭입니다.
끝나는 날이 정해지니,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다.
사랑하는 이의 꿈을 이루게 해 주겠다고 5년 넘게 준비했다. 그리고 계획대로 한 단계 한 단계 일이 착착 진행되는 최근에는 이 일이 빨리 끝나기를 고대하고 있다. 오래도록 준비한 만큼 일이 진행되는 시간 동안만큼은 즐겁고 빨리 지나갈 거라 기대했다. 막상 공사가 시작되니 4개월 기다리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공사 기간까지 모두 합하면 5년 4개월이다.
그냥 제안받은 자재와 디자인들 중에서 선택만 하면 될 줄 알았다. 마음에 드는걸 계속 찾다 보니 뭐 하나 쉽게 끝나는 결정이 없다. 스튜디오의 천고 높이부터, 가정집에 들어갈 에어컨의 모델까지. 심지어 CCTV 카메라 제품 선택까지!
회사에서도 긴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오픈 직전에는 너무나도 목이 마르고 빨리 끝나기를 간절하게 빌게 된다. 하지만 회사에서 아무리 긴 프로젝트이더라도 최장 1년이었다.
무언가를 이렇게 길게 준비했던 적이 있을까?
무언가를 미칠 듯이 기다렸던 적이 있을까?
고등학생 땐, 졸업만 하면 자유가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미 자퇴서 써놓고 야간 자율학습을 받지 않는 전교 유일한 학생이었고, 다시없을 자유를 만끽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군대에 입대할 땐, 입대와 동시에 전역을 기대하며 전역을 기다렸다. 매일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단순해졌고, 기다림 자체가 그냥 희미한 안개처럼 느껴졌다.
아들 은우가 태어나길 10개월 기다릴 때,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아프면 어쩌지? 등등...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해 걱정을 섞어 상상하는 게 단골 대화 주제였다.
무언가를 기다렸던 기억을 되새겨보니, 나는 기다리는 동안의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들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 기억들 끝에, 기다림 끝에 좋았던 일들이 훨씬 많은데 말이다.
이번 기다림의 나날 속에서 행복했던 기억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어젯밤 야근 후 집에 돌아와 스트레스받았던 기억들 하나하나 머릿속에서 지워보니, 행복했던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아꼼에게 자랑하고 싶은 생각에 서둘러 글을 쓰게 되었다.
이번에 발견하게 된 행복한 기억은, 결혼하고 나서 둘의 취향이 같아졌다는 거다. 나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혼하면 닮아간다더니. 그 닮아감에 서로에게 더 의지 하게 되는 것 같다.
우리, 그 오랜 시간 함께 하니깐 이제 닮아가는 것 같아.
너도 그렇게 생각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