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맛집 어딜가도 보기 힘든 육삼정만의 육개장,설렁탕
부산 맛집 육삼정 이틀연속 탐방기
나는 육개장이라고 하면 환장하는 편이다. 어렸을때부터 지금까지 어떤 식당을 가더라도 육개장이라는 메뉴가 보일때면 꼭 시켜먹어보는편이다. 하지만 내가 살고있는 부산에서는 돼지국밥집이 널려있지 육개장을 제대로 끓여내주는곳을 찾아보기란 정말 쉽지 않았다. 특히 육개장은 부산이 아닌 서울이나 수도권쪽에서 많이 접할수있는 음식이라고 알고있는데 돼지국밥이 판을 치는 부산에서 과연 그 좁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갈수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전에 동래쪽에 있을때 찾아갔던적이 있는 육삼정이 해운대 센텀쪽으로 이전을 했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깔끔한 분위기에 살짝 올드해보이는 갬성까지 느껴졌다.
입구에서 메뉴를 바로 확인할수있도록 메뉴판이 준비되어있었다. 식사메뉴는 육개장,양지설렁탕,육회비빔밥 3가지가 있고 술안주는 16시 이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고 표시되어있다.
테이블이 없고 바형식의 다찌로 되어있어 분위기가 일반적인 백반집이나 식당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혼밥을 먹는 분들도 부담없이 들어올수있고 젊은 취향을 저격하는 배치라서 속닥한 분위기를 느낄수있었다.
어차피 요즘은 단체로 모이는것 자체가 어려운 마당에 조촐한 분위기에 술을 한잔 하거나 식사를 하기에 좋은 공간이었다. 중간중간에 숨어있는 소품들도 옛스러운 느낌을 주는것 같아서 눈도 편안한 느낌이다.
첫쩨날 : 양지설렁탕 (10,000원)
부산 맛집 육삼정은 육개장이 메인이지만 전날 술을 많이 마셨던 관계로 우선 부드러운 설렁탕을 먼저 맛을 보기로 했다. 요즘 시대를 반영하는 1인1트레이에 깔끔하게 담겨져나왔다.
아삭아삭한 깍두기는 적당하게 잘 익어있고 신맛보다는 시원하고 달큰한맛에 가까웠다. 어떤 국물에 곁들이더라도 무난하게 잘 어울릴만하겠다.
국물요리에는 사리 한줌은 국룰이지! 반드시 있어야하는건 아니지만 없으면 아쉬운?
밥도 제법 넉넉하게 담겨져있다. 가성비를 많이 따지는 직장인들이 많이 있듯~ 밥인심도 부족함없이 넉넉했다. 뭐든 그렇듯 음식은 많이 나오면 나쁠건 없지~
다른 양념이나 소금 없이 있는 그대로를 먼저 맛을 봤다. 한우 사골을 끓여 만든 뽀얀 국물에서 느껴지는 구수한 향과 고소한 맛은 입안에서 아이스크림이 녹아버리듯 스르르 없어지는게 굉장히 깔끔하다. 인위적인 느낌이 전혀 없고 사골 본연의 맛이 제대로 느껴졌다. 고기는 차돌양지고기를 사용했는데 퍽퍽하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육질에 꼬순한 특유의 맛과 향도 제대로 머금고 있었다.
사리는 맛보기용으로 나온것이라 두젓가락이면 없어지는거라 뜨거운 국물에 살살 풀어서 맛보기로 면치기를 먼저 해준다.
꼬득꼬득거리는 깍두기를 한점 올려서 맛보니 감칠맛이 더해진다. 매운맛은 강렬하지 않아서 부담없이 맛보기에 좋았다.
국밥집에 가면 어르신들이 이렇게 먹는걸 많이 본적이 있는데 나도 이젠 아재라 그런가 이렇게 따라하게 되더라. 뽀얀 국물을 어느정도 먹고나면 깍두기에 담겨있는 국물을 넣어주는데 양념장을 푸는것 보다는 국물에 잘 섞이고 무우에서 흘러나온 시원한 맛이 더해져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맑은 국물에서 다시한번 재탄생하는 설렁탕~! 깍두기도 맛이 괜찮아야 이런 공식이 통하지 아무런 국물이나 때려붓는다고 이런맛이 나진 않더라.
부산 맛집 육삼정에서 오랜만에 깔끔하게 싹 비워냈군. 배고파도 이렇게까지 탈탈 털어먹진 않는편인데 국물한방울 남기지 않고 완뚝해버렸다.
둘째날 : (특)육개장 (12,000원)
전날 먹어봤던 설렁탕에 힘입어 이번에는 보통이 아닌 특으로 주문을 했다. 보통은 9,000원인데 그것도 고기양이 제법 많은 편인데 특은 고기를 탑처럼 쌓아준다.
한눈에 봐도 그 양이 정말 어마무시하다. 국물에 기름기가 많이 떠있지 않고 흔하게 보는 육개장이랑은 사뭇 다른 느낌이라는걸 알수있다. 고기를 찢어서 내주는게 아닌 수육처럼 썰어서 내주는게 특징이다. 전통을 고수했다기 보다는 요즘 트렌드와 적당하게 타협을 한듯한 느낌이랄까?
또 한가지 특이한점은 갈아놓은 마늘을 마지막에 올려놓았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국물에 넣은채로 끓이게되면 쓴맛이 자칫 올라올수있는데 마지막에 올려주게 되면 알싸한 맛과 마늘 특유의 향이 국물에 고루 베어들어 잡내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에 국물맛이 더욱 맛깔스러워진다.
육개장은 사리가 없고 대신 다른 반찬들이 자리를 하고 있는데 매콤짭짤한 오징어 젓갈도 나오고~
어제 먹어본 그 깍두기와 똑같은걸 보니 깍두기는 고정이고 나머지는 유동적인것 같다. 버섯볶음은 불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는게 그냥 먹어도 부담없는 맛이다.
고기를 국물에 적셔줄려고 살짝 뒤집었더니 고기밖에 안보인다. 그렇다고 숙주를 비롯한 다른 야채들이 없는것도 아닌데 그만큼 고기의 비중이 엄청 높다는걸 바로 눈앞에서 확인할수있었다.
부산 맛집만의 특징이라면 대부분 대파가 엄청 많이 들어있고 기름기가 둥둥 뜨는 경우가 많은데 여긴 전혀 그런 느낌이 아니다. 똑같은 육개장이라는 맥락으로 만들어내는 음식임에도 색다른 느낌이다. 적당히 맵싹해서 자극적이지 않고 텁텁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정도 맛을 봤으니 제 밥을 한그릇 뚝딱 말아준다.
신선한 야채들의 아삭한 식감과 부드러운 고기가 이루는 하모니란 정말 대단했다. 주문과 동시에 끓여낸다는 이유를 알것 같았다. 숙주가 계속 국물에서 끓여지고 있었다면 쪼그라들어서 쓴맛이 느껴졌을터~ 통통한 숙주의 아삭함도 남아있으면서 국물에 깔끔함이 만나 명콤비를 이룬다.
센스돋는 요구르트는 입가심용으로 내주신다. 밥먹고나면 커피나 디저트까지 먹게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선 한번에 끝이 나는 기분이다.
그 많던 육개장도 완전 설거지 수준으로 클리어해버렸군..
이곳저곳을 많이 다니면서 육개장을 많이 먹어봤지만 대형 프렌차이즈에서 만들어내는 엉성한 육개장맛에 찌들었던 사람들이 먹어본다면 정말 신세계가 아닐까 싶다. 특히나 부산에서 육개장을 제대로 만들어내는 맛집은 찾기가 힘들었는데 동래에서 센텀으로 이사를 한후에 한층 업그레이드 된듯한 맛을 느낄수있었다. 육개장이라는게 이름만 들으면 참 흔하디 흔한 음식임에도 만들기 힘들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집에서도 잘 안만들어 먹어지는걸 보면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은 분명하다. 그런 음식을 여기서 제대로 맛볼수있다는건 행운이다.
영업시간 : 오전 11시~오후9시 매주 일요일 휴무
Place _ Busan in Centum City
Photo and written by Crowny
Cam _ Canon 5D Mark IV
Lens _ 24-70mm f2.8 L 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