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네디언 록키 여행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조금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 '내가 록키 여행기를 쓸 정도로 록키에 대해서 많이 아는 것은 아닌데...'라는 부분이다. 가급적 많은 정보를 공유하려고 하고는 있지만, 전문가의 정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여행기임을 염두에 두고 읽어주시면 좋겠다. 록키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이 보신다면 코웃음 치실만한 수준의 정보들일 수 있다. 록키에 처음 가시는 분들에게 도움될 만한 정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다.
우리 가족은 밴쿠버에서 록키로 자동차 여행을 가는 중에 중간 지점인 오카나간 밸리에서 1박을 하며 쉬었다. 그리고 다음날 본격적으로 록키를 향해 떠났다.
켈로나에서 록키까지는 쉬지 않고 운전하면 다섯 시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중간에 화장실에 들리고 점심 먹느라 쉬고 하다 보면 실제로는 6시간, 혹은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좀 밟으면 줄일 수 있겠지만 간혹 과속 단속을 하는 경찰관이 보이고, 드물지만 헬기가 떠서 과속단속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웬만하면 규정 속도로 달리는 것이 좋겠다. 순전히 개인적인 느낌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여, 제한 속도 +10km 정도까지는 딱히 잡지는 않는 것 같긴 하다)
레벨스톡(Revelstoke)을 지나기 전에는 반드시 차의 연료를 확인하자. 레벨스톡을 지나치면 골든(Golden)까지 148km의 구간에 주유소가 없다. 식사를 하거나 간식을 사 먹을 수 있는 곳도 없고, 수세식 화장실은 당연히 없다.
앞 선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록키'는 캐나다의 록키산맥 중 총 4개의 국립공원이 밀집된 지역을 지칭한다. 이 4개의 국립공원 중에 밴쿠버 쪽에서 차로 록키를 향해서 가면 가장 먼저 도착하게 되는 곳이 '요호(Yoho)'이다.
요호 국립공원의 가장 대표적인 볼거리 세 가지는 '자연의 다리(Natural Bridge)', '에메랄드 호수(Emerald Lake)', 그리고 '타칵카우 폭포(Takakkaw Falls)'이다.
그중에서 우리는 '자연의 다리'만 보기로 했다. 다른 두 가지 볼거리가 별로라서가 아니라, 오늘의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고 숙소가 있는 캔모어(canmore)까지 가려면 세 가지를 다 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이 세 가지 볼거리 중에 고속도로에서 가장 가깝게 위치한 것이 바로 자연의 다리였기 때문이다.
켈로나에서 다섯 시간을 달려오는 동안 내내 부어있던 아이들도 자연의 다리의 놀라운 경관을 보는 순간 기분이 다 풀어졌다. 아내는 '차 타고 달려오느라 아파진 허리가 다 낫는 풍경'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Yoho에는 아무나 볼 수 없는 숨은 보물이 있다. 바로 레이크 오하라(Lake O'hara)이다. 레이크 오하라는 공원에서 운영하는 버스를 통해서만 갈 수 있고, 그나마도 예약을 통해서 한정된 인원만 갈 수 있다. 성수기에 레이크 오하라를 보려면 최소 3개월 이전에 예약을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못 가봤다. 버킷리스트에 올려놓고 언젠가는 가 보리라 마음먹고 있다.
레이크 오하라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면 된다.
https://www.pc.gc.ca/en/pn-np/bc/yoho/activ/randonnee-hike/ohara
록키에서의 첫 번째 방문지였던 자연의 다리를 떠나 우리는 레이크 루이스로 향했다. 레이크 루이스는 북쪽으로는 재스퍼 남쪽으로는 밴프로 갈라지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캐네디언 록키, 혹은 밴프 국립공원에서 아마도 가장 유명한 곳이 '레이크 루이스'가 아닐까 싶다. 록키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도 록키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면, 그 사진은 아마도 레이크 루이스의 사진이었을 것이다. 록키의 여러 포인트들을 다니다 보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있는 곳 역시 바로 레이크 루이스이다.
레이크 루이스를 두 번 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못 했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레이크 루이스에서 출발해 Lake Agnes Tea House와 Plain of Six Glaciers Tea House까지 가는 하이킹을 해 보는 것도 좋겠다. (역시 내 버킷리스트에 담겨있다.) Lake Agnes까지는 왕복 7km, Plain of Six Glacier까지는 왕복 11km, 두 곳을 모두 다녀오려면 왕복 15km의 하이킹을 해야하는데, 거리는 멀지만 상대적으로 힘들지는 않다고 한다.
레이크 루이스를 보고 난 후에는 바로 이어서 레이크 모레인을 보는 것이 좋다. 두 호수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고,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따지기 어려울 만큼 각자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레이크 모레인을 잘 보려면 호수 초입에 있는 바위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데, 이 바위 언덕에는 아주 귀여운 친구들이 살고 있다. 바로 땅다람쥐(Golden-mantled ground squirrel)이다. 아래 사진의 녀석이다.
다른 종의 다람쥐들은 사람에게 다가오지 않는데, 땅다람쥐들은 경계를 하면서도 가까이 다가오기도 한다. 먹을 것을 주면 제법 잘 받아먹고 생긴 것도 귀엽기 때문에 아이들도 너무 좋아한다.
땅 다람쥐들과 한참을 재밌게 놀다가 언덕을 마저 올라가면 아래와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레이크 루이스보다 규모는 작지만, 마치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은 훨씬 진한 터기색이다.
'밴프 국립공원' 안에 있는 도시의 이름도 밴프다.
스위스 분위기가 나는 밴프의 다운타운도 나름의 볼거리이지만, 우리 가족은 밴프 시내에 있는 유일한 한국 식당인 '서울옥'에서 저녁을 먹고, 서프라이즈 코너에서 간단히 경치를 감상하는 것으로 밴프에서의 일정은 접었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밴프 유일의 한국 식당인 서울옥은 솔직히 비추이다. 가격은 비싼데 맛은 그냥 그렇다. 대안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간다고나 할까? 가보지는 않았지만, 밴프 인근에 있는 도시인 캔모어에도 한식과 일식을 겸한 식당이 있다고 하는데, 오히려 이 곳이 평판은 나은 것 같다.
서프라이즈 코너(Surprise Corner)에 가면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이 날은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서 경관에 대한 감동이 반감되기는 했다) Castle in the Rockies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Banff Springs Hotel이 거대한 산들을 배경으로 해 울창한 숲 속에 우뚝 솟아있다. 알고 보면 일개 호텔에 불과하지만 꽤나 극적인 풍경인 것만은 분명하다.
일정 상의 이유와 날씨 때문에 우리 가족은 하지 못 했지만, 이 외에도 밴프에서는 해 볼거리들이 꽤 있다. 대표적인 것이 Banff Gondola이고, Banff Upper Hot Springs에서 온천욕을 즐기며 여독을 푸는 것도 해 볼만 할 것 같다. Bow Falls도 제법 볼만 하다. Hiking을 좋아한다면 Johnston Canyon을 따라 올라가 보는 것도 좋겠다. 1.1km 정도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자연 동굴을 통해 볼 수 있는 Lower Falls가 있고, 1.6km를 더 올라가면 Upper Falls, 다시 3km를 더 올라가면 Ink Pots가 나 온다. 나는 첫 록키 여행에서 Lower Falls까지만 가 봤고, Ink Pot은 버킷리스트에 담아 두었다.
보우 밸리 파크웨이는 레이크 루이스에서 밴프를 연결하는 1번 고속도로와 나란히 있는 국도이다. 이 길은 밴프 국립공원 내에서 야생동물들을 만나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총 4번 정도 이 길을 지나갔는데, 그런 길인 줄 모르고 지나갔던 맨 처음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 번 모두 야생동물들을 목격했다. 사슴(엘크)이나 곰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 날도 역시 길 가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사슴 한 마리를 볼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의 록키에서의 첫째 날(전체 여정에서는 둘째 날)은 이 정도로 마무리되었다.
우리 가족의 하루는 아래의 동영상으로도 정리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