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댓말을 써야 할지 반말로 얘기해야 할지
"대가리만 남았으니까 숟가락으로 먹어."
남편과 점심을 같이 먹다 콩나물 대가리만 남아서 한 얘기였다. 사람의 머리 외에는 대가리라 쓰는 것이 맞는 표현이지만, 요즘같이 존댓말 남발인 시대에는 대가리라 말하기가 영 어색했다.
요즘 사람들처럼 말한다면 "머리님만 남으셨으니까 숟가락으로 드세요."라고 했겠지--;;
청자를 존중해서 화자가 아무리 자신에게는 윗사람이라 해도 반말로 표현을 해야 하는 것이 국어의 맞는 문법이다. 어르신에게 자신의 언니가 뭘 하셨다고 하질 않나, 심할 때는 물건에도 존댓말을 붙이질 않나. 내가 20대 중반쯤이니 거의 30년 전 일이구나. 그때도 꽤 존댓말에 예민했구나 싶은데. 백화점에 바디로션을 사러 갔을 때였다. 직원이 바디로션 설명을 하는데 "향이 너무 좋으시고요, 거품이 풍부하게 일어나셔요." 헐!! 나는 듣다못해 "아니 물건에 존댓말을 붙이면 안 되죠." 했더니 그게 무슨 뜻인지조차도 모른다는 듯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물건에다 존댓말을 쓰는 거였다. 듣기 싫어서 사기는커녕 그냥 나와버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금희 아나운서가 아침마당 진행할 때 한 여자 출연자가 "남편이 뭐 하셨어요."라고 말하니 "뭐 했어요."라고 바로 수정을 해줬다. 그런데 그 출연자가 같은 실수를 또 하니까 이금희 아나운서도 같은 말투로 다시 바로 잡아줬다. 그걸 보면서 말에 예민한 사람은 그냥은 못 넘어가지 싶었다. 언제부터인가 지나치게 누가 뭐 하셨고, 하시시고, 하시셨더라는 식의 존댓말이 남발하는 요즘이다. 이제는 뭐가 바른말인지 조차도 모르겠다. 그래서 난 의식적으로 존댓말 줄이기 운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말은 말하는 사람의 정신, 인격, 가치관 등 그 사람을 담고 있는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게다. 상대에 대한 존중감을 지나친 존댓말로 도배하는 것보다는 조금 편안하고, 다정함으로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 종결어미 길게 늘이지 말고, 톤 너무 높이지 말고, 미소를 띠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ㅋㅋㅋ 적어도 사물에 존댓말을 쓰는 실수를 계속 용납하면서 살아야 하는 사회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