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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와피아노 Apr 27. 2024

나이 50에 정규직이라니...

이 또한 괜찮네^^

"하시는 일은 재미있으세요?"

침대에 누워 있는 젊은 여자 장학사의 몸에서 침을 빼며 물은 질문이었다. 오늘따라 피가 여러 곳에서 나는 것이었다. 그마만큼 안 좋았기에, 이렇게 와서 치료받는 거겠지. 그런데 그 장학사는 대답 대신 그저 웃기만 했다. 해석하자면 안 재미있다는 뜻인가 보다며 혼자 짐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나는 평생 좋아하는 일만 했어요. 대신 돈은 많이 벌지는 못했지만 덕분에 건강을 잃지는 않았지요.'

각자의 사는 방식이 다를 뿐, 어떤 게 더 낫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나는 다시 태어난다 해도 지금의 삶을 선택하지 않을까. 


11년 전 피아노 특성화 방과 후 강사로 나가던 때였다. 한 학년에 한 반 밖에 없는 아주 작은 시골 학교였는데 피아노 덕분에 학생수가 42명에서 80명을 육박했었다. 결과물도 좋고, 아이들도 좋아했었는데 2월에 말도 없이 강사 채용한다는 공지가 뜬 것이다. 이런 게 비정규구나. 계약이 끝났으니 갑의 입장인 학교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거구나 했다. 매일 웃으며 수고한다 어쩐다 하며 말하던 윗사람들이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나 했다. 실적이야 어떻든 그건 갑의 마음이니까. 그러니 억울해할 것도 없다면서 나는 그 이후 교장, 교감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따지지도 않고 마지막 날까지 레슨만 하고 나왔다. 


친구에게 하소연하듯 "이런 게 비정규의 설움인가 봐?" 했다. 그때 친구는 어렵지 않게 입을 뗐다. 

"네가 그걸 선택했잖아. 너는 프리랜서로 또 너의 일을 선택하면 되니까 걱정 마!"

친구 말대로 나는 메이는 게 싫어서 프리랜서로 살아왔다. 바쁠 때는 바쁘고, 안 그럴 때는... 글쎄 안 바빴던 적은 없었던 거 같은데. 


나이 50이 넘어서 남편의 일을 도와 함께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메인 몸이 되었다. 이렇게 졸지에 직장에 메일줄이야. 그런데 이것도 생각보다 괜찮다. 50이 넘어 얻은 정규직이라 생각하면 자유로운 영혼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인 것이겠지. 


소소하게 아이디어로 사업 구상을 내 춘천문화재단에 선정되기도 했다. 글감이 또 하나 생긴 것이다. 그리고, 예쁘게 꾸밀 공간도 생긴 거니까 실력발휘를 무대가 생겼다는 뜻이겠지. 사실 요신나긴 하다. 이렇게 메이는 것도 괜찮다는 거 이 나이에 알았다는 게 다행인 것이겠지^^ 

명퇴한 남편이 시작한 춘천의 학천테라피 안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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