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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와피아노 Sep 08. 2024

낭독의 힘! 이런 거지^^

기분 좋게 모임을 하고 서울에서 itx-청춘을 타고 춘천역에 도착했다. 더 늦게 오고 싶었지만 늦은 시간 기차표는 이미 매진이라 남은 자리 예약하느라 생각보다 일찍 오게 되었다. 앗! 그런데 주차장에 도착하니 옴짝달싹 못 하게 진퇴양난이었다. 


남편이 시각장애인이라 장애인 마크가 있어 장애인 자리에 모른 척하고 주차할 수 있었지만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나 혼자 타고 온 거니 정당한 주차 공간을 찾으러 장애인자리를 지나갔다. 주말이라 역과 가까운 곳은 이미 만차였다. 자리가 비어서 대려는데 어찌나 차들이 큰 지 내리기가 불편해 다시 차를 돌려 차라리 아주 멀리 대고 주차를 했었는데... 


밤에 도착한 주차장은 한산했다. 다른 곳은 비어있는데 유독 내 양옆에 차가 있었고, 통로인 앞쪽에도 차가 세워져 있었다. 양옆이야 주차 자리니 상관은 없지만 앞에다 차를 세워 놓은 세 대의 차들 때문에 아무리 돌리려 해도 나갈 수가 없었다. 주차 자리가 아닌 곳에 차를 세웠으니 공간이 없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다 내 우측은 SUV, 내 왼쪽은 수입차. 무리를 했다가는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듯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앞에 있는 차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벨이 한참을 울리다 끊으려 할 때 통화가 연결됐다. 여자 목소리였다. 차를 통로에 세워놔서 내가 차를 빼기가 어렵다 했더니 지금 가평이란다. 20분 뒤면 도착할 거라며 연신 죄송하다고 말한다. 어쩔 수 없지 싶어 기다리겠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기차 안에서 읽다가 잠들었던 책을 꺼내 들었다. 핸드폰 라이트를 켜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오디오북과 낭독'이란 책이었다. 한 손에는 색연필을 들고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 

"낭독자는 작가의 앞에 서서 독자를 바라보며 작가의 입이, 작품의 입이 되는 것이다."

"낭독자는 말의 주체와 대상의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작가의 표정을 볼 수 있게 된다."

작가의 의도와 생각을 내 입으로 소리 내는 작업, 그렇기 때문에 말의 주체와 그 말을 듣는 대상과의 관계를 알아야 하는 일이 낭독자의 역할인 것이다. 아는 얘기지만 이렇게 책에 정리가 되어 있으니 생각이 한 번 더 정리가 됐다. 


이렇게 집중해 읽고 있는 중에 전화가 울렸다. 벌써 전화한 지 40분이 지난 후였다. 

"지금 춘천역에 도착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어차피 기다린 거니까 너무 급하게 오지 마세요."

얼마가 지나니 여자분이 당황해하며 잰걸음으로 다가왔다. 

나는 차에서 내려 옆이나 앞에 있는 한 차만이라도 없었으면 괜찮았을 텐데 이렇게 됐다고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오히려 다독였다. 그분의 미안해하는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져 기분 좋게 헤어졌다. 이제 집으로 갈 수 있다~~ 

그때 그 여자분 하는 말이 "인품이 좋으세요." 하는 거다. 나는 뜻하지 않은 칭찬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하고 차에 앉았다. 시동을 천천히 켜면서 나의 마음을 가라앉혀준 낭독 덕분에 이런 인사도 받는구나 하는 생각에 "낭독아! 고마워^^." 하며 출발을 했다.


초가을 밤바람은 기분 좋게 시원했다. 10시 넘은 밤중이라 거리도 한산하니 운전하기도 쾌적했다. 행복한 모임 후라 더더욱 집에 가는 발걸음이 가벼워 기분 좋게 운전대를 잡고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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