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락내리락
정다운 옛길
초라한 기름집 무심코 지나가다
오밀조밀 반짝이는 상점 사이
하도 예쁜 꽃
나도 모르게 뒷걸음 총총총
“이거 생화예요?”
“네, 생화예요.”
기름집 할머니 느릿한 대답
기름 혼자 다 먹은 듯
빨개도 너무 새빨간 꽃송이
짙녹색 반질거리는 이파리
"키우시는 분이 예뻐서 그런가 봐요 “
예쁘단 말 처음 듣는 양
시선 잃은 주인 할머니
부끄러워 입술만 잘근잘근
무어라 대답하려다 그만두신다
그 수줍음 너머
앳되고 고운 기름집 아가씨
나타났다 사라진 듯
야속한 세월
할머니 주름 사이로
뭉게구름 흘러간다
춘천에는 육림고개라는 고갯길이 있다.
옛날에는 왕래가 많은 시장 언덕길이었다는데...
몇 년 전 청년 상인들 위해 레트로 감성으로 꾸몄었는데
지금은 그 젊은이들도 다 빠져나가고
낡은 것과 새로운 것들이 섞여 박제된 것 같은 고갯길이 됐다.
그중 이 기름집 할머니집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 할머니 이야기 하니 아는 분들은 다 아는
유명한 기름집이라는 거.
다 안다는 게 무엇을 아는 것이냐면
기름집 할머니 성품이 좋다는 걸
안다는 것이니!!
기름집 할머니 시를 안 쓸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