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에게 준 주스가 주스가 아니었다ㅜ
시간이 갈수록 앤 미팅이 즐거워진다.
오늘은 챕터 16. 비극으로 끝난 앤의 초대를 같이 낭독해 봤다.
앤은 아무도 없는 집에 다이애나를 초대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다이애나와 어른 놀이를 하는 중이다.
손님에게 미리 준비한 음식을 말해주는 건 예의가 아니라면서 대신 마실 것에 대해 힌트를 준다.
빨간 색깔에 이름이 '딸'로 시작한다는 것만 알려줄께.
빨간 머리 앤 중 p. 223
이때 경미샘이 그거 영어 표현 좀 찾아달라는 거다. 영문 책이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면서.
"It begins an r and a c and it' s a bright red color."
우린 딸기 하면 strawberry를 생각해서 s가 아닐까 했는데 r과 c라는, 하나도 아닌 두 개의 스펠링으로 시작된다는 걸 보고 도대체 뭐지? 더구나 "bright red color면 딸기가 아닌가 보네요?"라는 경미샘의 질문에 해석하기 편하게 딸기라고 한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러다 날카로운 경미샘의 주문이 또 날아왔다.
"딸기 주스 뭐라고 썼는지 좀 찾아보시겠어요?"
다행히 근처 페이지라 금방 찾아냈다. 딸기 주스라 나온 주스의 이름은 다름 아닌
'raspberry cordial'이라는 것이었다.
행동파 경미샘은 바로 검색해 보더니 앤에서만 나오는 '라즈베리 주스'라는 것을 찾아냈다.
그러면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바로 검색을 해보니
'Anne of Green Gables Cookbook'도 찾게 되었고,
그 안에 라즈베리 주스 만드는 법도 나왔다.
아래는 다양한 빨간 머리 앤의 요리책들이다.
그래, 만화에서 보면 집안의 배경은 주방이 많이 나오긴 했었지.
앤과 마릴라와 매슈가 떠먹는 수프가 참 맛있어 보였는데^^
그러니 이런 쿡북이 나오는 게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더 놀라운 건 경미샘 집에 있는 소다 한 병 덕분에
바로 마트 가서 라즈베리 사 와서 후닥닥 주스를 만들었다는 사실!
라즈베리는 우리말로 산딸기인데 주스로 갈고 남은 씨로 빵에 발라 먹고.
경미샘 쫌 대박이심. 역시 행동파 경미샘!
더 놀라운 건 미국에 사는데도 마트가 바로 옆이라 저 과정이 순식간에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바로 옆 마트도 차로 가야 한다는 거ㅋㅋㅋ
아래 사진은 행동파 경미샘이 라즈베리 주스를 그 자리에서 만든 과정이다.
5. 라즈베리 주스 완성 6. 남은 건더기(?) 잼처럼 발라먹기
이거 만드느라 직장도 한 시간 늦게 갔다는 걸 몇 달이 지난 오늘에서야 들었다. 하여간 못 말려!!
캐나다 P.E.I.(Prince Edward Island)에 가면 어느 가게에서나 살 수 있는 라즈베리 주스이겠지?
아~ 그 맛이 어떨지 너무 궁금하다. 숙소에서 경미샘이 라즈베리 코디얼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니
산 것과 직접 만든 것 중 어느 것이 더 맛있을지도 궁금하고 기대된다.
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설렌 적이 있었던가?
난 이번 낭독 여행을 내 결혼식 다음으로 큰 내 인생의 이벤트라 말하는데
어쩌면 순서가 뒤바뀔지? 농담농담^^;
이제 한 달도 안 남았는데 점점 날짜가 가까워 올수록 자꾸 떨린다.
이 기분 좋은 떨림이 요즘의 나를 살아있게 한다.
어머 중요한 사실을 빼먹었네^^;
그래서 다이애나에게 준 것은 딸기 주스도, 라즈베리 코디얼도 아닌
포도주였다는 거!
다이애나는 포도주를 세 잔이나 마시고 취했지만,
난 한 모금조차 안 마셔도 기분 좋게 취해 있는 요즘이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