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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와피아노 Sep 07. 2023

제주 4일 차/여행에서 남는 건

자연풍광과 그리고

제주 여행 4일 차는 우도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창밖은 야자수와 푸른 하늘이 그대로 보이고, 창을 열면 초록 세상이 반겨주는 곳이었다. 우리가 머문 곳은 '우도피아'라는 곳인데 딱 다섯 가정만 받는 드넓은 정원이 예쁜 펜션이었다. 체크아웃을 하려는데 사장님이 부르신다. 커피 한 잔 할 수 있겠냐고.


좋은 원두맛이 느껴지는 모닝커피를 마시며 정성스럽게 관리된 정원의 차경을 바라보았다. 바깥에서 보는 정원과는 또 다른 풍광이 펼쳐졌다. 서울에 살다 출가한 자식들만 기다리는 자신을 보고는 안 되겠다해서 멀리 떠난 곳이 바로 이곳 우도란다. 세상에 멀어도 넘 먼 거 아닌가요, 사장님?^^


우도로 와서는 욕심 없이 살만큼만 버니까 맘이 편하시단다. 규모로 봐서는 스무 개의 방도 운영할 법한데 그렇게 하지 않으신단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서 사는 자족하는 삶을 나는 기억 속에 저장했다.


해안도로를 따라 예쁘고, 아기자기한 곳들을 다 패스했다. 남편이 잠들어 있어서. 이러다 다 놓치겠다 싶어서 어느 해안가에 정차했다. 그래도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은 먹어주는 게 예의란 생각에 한 카페에 들어갔다.


"저 앞의 섬이 어디예요?"

주인은 질문도 이상하게 한다는 표정으로 "제주요."

아오! 제주도와 우도는 엄연히 다른 두 섬이란 걸 내가 깜빡했다. 제주도가 우도지했던 착각^^;


카페 주인은 살짝 민망했는지 "이렇게 보면 제주가 보이고, 이렇게 돌면 제주가 사라져요."

"아, 그렇겠군요!"

제주는 그 자리에 있지만 우리의 시선에 따라 있던 것이 그대로 보이기도,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었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내가 알고 있는 존재들이 사라지지 않을 테지만 있을 때 잘해야지. 특히나 부모님께!! 다음에 우도 올 때는 부모님 모시고 가봐야겠다.


낮은 돌담이 둘러친 땅콩밭, 고즈넉한 마을길, 어디서나 보이는 애메랄드빛 바다, 아기자기 예쁜 카페들. 우도에서 사는 건 어떨까. 뭐 별로 멀지 않은데, 사람 사는 곳 다 비슷한데 하면서. 우도피아 사장님 알았으니 지인 1인 심어놓았다 생각하고 다음에는 우도에서 몇 박 해야겠다 결심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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