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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롱할영 Dec 30. 2023

시인의 문장들이 내게로 걸어올 때

안희연,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 난다

시인들의 산문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단어 하나, 표현 하나에 숨겨두었던 이야기들이 문장으로 걸어 나오면 제 마음을 더 자주 두드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시로 오기 전에 이런 이야기들이 시인의 백지 위에 결국 쓰여졌구나 하는 상상도 해 볼 수 있어서요. 안희연 시인은 새 산문집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에서 “백지 앞에서는 코를 박고 엎드리는 일이 먼저다. 만나려고. 찾으려고.”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시인으로부터 만나고 찾아진 ‘먹고 사고 사랑하는’ 이야기들은, 내 곁에 머무는 사랑들을 다시 발견하고 오래 부여잡도록 만듭니다.


이건 그러니까 사랑이야, 라고 작정하고 말하는 글보다는 이야기 속에서 제가 사랑을 찾아낼 수 있는 글들을 좋아합니다. 저만의 감정들을 누군가의 글로부터 발견해내는 것이 읽는 사람의 기쁨이라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안희연 시인이 꺼내놓은 기억들에서는 왜인지 한 입 베어먹다 맛있어서 아껴 먹는 다크 초콜릿이 생각납니다. 쓴 것 같다가도, 조금만 굴려보면 달콤해지는 말들이 계속 남아 오랫동안 기분을 좋게 만들거든요. 단숨에 다 먹어 버릴까 은박지를 닫아두고 서랍에 넣었다, 꺼냈다 하게 되는 초콜릿처럼 기분 좋게 한 편씩 녹여 먹는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안희연,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 난다


“이 글의 목표는 하나. 너를 일으키려고 쓰는 글”이라 말하는 시인의 말을 보기 전에 저는 이미 일어나 있었습니다. 제 기억들을, 사랑들을 제 곁에 둘 이야기들을 쓰고 싶어졌거든요. 내가 사랑하는 것들, 사랑 받은 기억들로 우리는 살아가고 있음을 더 확인하게 되는 시인의 말들을 이 계절에 펼쳐 보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결국 사랑하고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야 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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